사채 자금 다시 숨었다

업체 절반 5800곳 지하로..年900%까지 받아
정상영업 업체들은 뒷거래..인터넷 카드깡도
  • 등록 2004-02-09 오후 9:12:54

    수정 2004-02-09 오후 9:12:54

[조선일보 제공] 지난 6일 서울 명동 한복판 U빌딩. 명동 일대에서도 사채업자들이 많이 입주해 있기로 소문난 곳이지만, 평소와 달리 썰렁한 모습이었다. 건물 관리인 김모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입주한 사채업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올 들어서도 한 달여 사이 5명의 사채업자가 사무실을 비웠다. 사채 자금이 다시 ‘지하’로 잠적하고 있다. 당국의 사채 양성화 정책에 따라 지난 2002년 이후 1만2000여명의 사채업자가 ‘대부업(貸付業)’으로 등록, 일단 ‘지상’으로 나왔다. 그러나 LG카드 사태 이후 사채 쪽으로 자금수요가 몰리자 법망(최고 금리 66%)을 피해 고리(高利)로 돈을 굴리려 다시 음성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업체 절반이 연락두절= 한국대부소비자금융연합회(한대련)가 지난해 말 전국 1만2393개 회원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전화와 우편을 통해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5830개 업체(47%)가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대련 김명일 사무총장은 “업무 연락이 안 되는 곳이 너무 많아 현황 파악을 위해 일제조사를 했더니 아예 전화가 없어지거나, 등록된 전화번호가 다른 업체로 바뀐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사채업자의 속성상 이 업종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며 “연락두절된 절반의 사채업자는 다시 지하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양성화됐던 대부업체가 지하 잠행하는 것은 금리 규제를 피해 고금리로 장사하기 위해서다. 대부업법에는 대부업체가 연 66% 이상의 금리를 받을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하지만 카드 현금서비스가 줄어들면서 서민들 자금수요가 사채 쪽으로 몰려, 사채 금리는 연 300~400%까지 올라간 상태다. 사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LG카드 사태 이후 카드이용 한도가 줄어들면서 사채 수요자가 늘어났고, 여기에 사채업자가 음성화에 따른 ‘위험수당’까지 붙이면서 금리가 거의 두 배 올랐다. 서울 강남의 사채업자 L씨는 “사채 금리가 하루 0.6~0.7%에서 1%(연 365%)로 올랐다”고 전했다. ◇탈법 영업도 성행= 인터넷에 `카드 대출`등의 간판을 걸고 카드로 물건을 산 것처럼 속여 돈을 빌려주는 소위 ‘카드깡’ 영업을 하는 사채업자도 증가했다. 경기도에 사는 C(24)씨는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인터넷에 ‘카드 대출’ 광고를 한 서울 G사의 사이트에 접속했다. C씨는 자신의 신용카드 2장을 우편으로 보낸 뒤 365만원을 받아 카드 빚을 갚았다. G사는 여기에 90만원의 수수료를 붙여, 마치 C씨가 455만원어치 물건을 구입한 것으로 허위 매출전표를 끊어 카드사로부터 돈을 받아냈다. 금감원은 G사처럼 인터넷 카드깡을 하는 업체가 굵직한 것만 15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버젓이 대부업 등록 간판을 내건 사채업체 가운데도 탈법 영업을 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대부업법상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 한도가 연 66%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은 대폭 줄이는 대신 뒤로 고금리를 받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사채업자 K씨는 “공식적인 영업은 극히 부진하다”며 “하지만 흔히 ‘B’라고 부르는 뒷거래를 통해 이자를 높게 받고 돈을 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외면당하는 신용 취약자들에겐 사채밖에 의존할 곳이 없으나 음성화된 사채자금을 이용하는 경우, 빚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깊은 수렁에 빠질 위험이 높다. 금감원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인터넷 카드깡을 이용해 빚을 연장하면 1년 뒤에는 빚이 원금의 4.3배까지 불어난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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