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농산물 작황이 영향을 받자 식물생장용 조명(보광등)을 설치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초기에는 보광등 사용이 새싹류와 엽채류에 한정됐지만 생장속도와 수확량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면서 점차 과채류, 과일류로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1일 조명전문업체 디에스이(DSE)에 따르면 충북 보은 양지대추농원이 대추밭에 식물생장용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설치한 결과 전년대비 착과율이 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추나무는 4월부터 꽃몽우리를 맺고 6월초부터 개화하기 시작한다. 개화량은 많지만 개화시기가 장마기간과 겹쳐 그해 강우량, 강우일수, 일조량에 따라 그해 대추농사가 결정된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흐린 날이 이어지면 꽃이 대부분 떨어져 착과율도 크게 낮아진다. 꽃이 착과로 이어지는데 일조량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긴 장마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양지대추농원을 비롯해 보은지역 대추농장 3곳이 충북농업기술원 대추연구소로부터 지원을 받아 올해 처음으로 보광등을 설치했다. 양지대추농원의 경우 조명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전체 37골(라인) 중 1골에만 보광등 100개를 달았다. 대추연구소가 파악한 바로는 보광등을 단 곳의 착과율이 30~40% 높았다.
채한두 양지대추농원 대표는 “6월까지는 꽃이 잘 피는데 장마가 시작되고 사흘만 햇볕이 안 들면 꽃이 떨어진다”며 “보광등을 단 곳의 경우 그늘진 줄기에서도 대추가 열려서 체감상 30% 정도 착과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 충북 보은 양지대추농장에 설치된 식물생장용 조명. [사진=디에스이] |
|
대추연구소는 내년과 후년에는 보광등 활용방법을 조금씩 바꿔서 3년간 데이터를 확인할 계획이다. 올해는 센서를 달아 흐리거나 구름이 많은 날만 보광등을 켰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5월부터 7월까지 조명을 사용했다. 또 조명을 켜는 시간도 보통 햇볕이 드는 오전 8시30분에서 지는 오후 6시30분까지로 제한했다. 내년에는 햇볕 드는 시간보다 일찍 조명을 켜거나, 흐리지 않은 날에도 조명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 결과 착과율과 수확량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면 보광등 설치 지원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디에스이 관계자는 “초기 이자벨, 상추, 미나리 등 엽채류 생장에 보광등 효과를 확인한 후 오이, 딸기 등과 같은 과채류로 확대한데 이어 샤인머스캣이나 블루베리, 대추 등 과일나무까지 조명을 통해 부족한 일조량을 보완하고 있다”며 “보광등으로 농작물의 품질과 수확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농가 수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