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작가 한강이 한국 첫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과 관련해 그의 작품을 번역한 미국 작가가 “기분 좋은 놀라움이자 약간의 ‘시적 정의’”라고 10일(현지시간) 표현했다.
|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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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영문본 공동 번역자인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작가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한강의 획기적인 작품이 한국의 문학 지형을 바꿔놨다고 평했다.
그는 “한강의 작품은 한 세대의 한국 작가들에게 작품의 주제를 더 진실되고 대담하게 다루도록 영감을 줬다”면서 “한강은 몇 번이고 한국의 검열·체면 문화에 용감하게 맞섰고, 매번 더 강하고 단호한 노력으로 자신을 침묵시키려는 시도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여성이라는 데 공감을 표했다. 그는 “한강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음에도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이 어떻게 하면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논의에서 한강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여성이 한국의 첫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놀라움이자 약간의 ‘시적 정의(Poetic Justice)’”라고 말했다.
NYT는 “여성 소설가들이 획기적이고 도발적인 한국 현대문학의 대부분을 쓰고 있다”면서 “그 중에는 여성 혐오와 한국 여성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직면하고 폭로하는 소설가들도 있으나 언론과 문학계에서는 나이가 많은 남성 작가들이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한강의 주요 작품을 출간해온 랜덤하우스 계열 호가스 출판사의 편집장 파리사 에브라히미 역시 “한강은 비전을 가진 사람”이라며 “한강의 작품은 여성의 내면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번역가이자 작가인 안톤 허는 “한강의 작품 번역본이 거둔 성공은 한국 문학의 번역을 더욱 날카롭고 실험적이며 대담하게 이끌었다”면서 “그는 한국 문학에 대한 논의의 흐름을 바꿨다”고 평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한강을 올해 노벨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했다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점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