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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연말 물가안정을 기치로 국내 가공식품 가격 인상 자제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나서면서 주요 식음료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 및 전기료·인건비 등 고정비가 인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찍어누르기 식의 가격통제가 이어질 경우 오히려 내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오히려 소비자물가 폭등하는 등 시장 왜곡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8일만 해도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하림(136480)을, 양주필 식품산업정책관은 CJ프레시웨이(051500)를, 김정욱 축산정책관은 빙그레(005180)를 동시에 방문해 업계를 긴장시켰다. 이중 빙그레 방문과 관련해선 정부 보도자료로는 이례적으로 “(빙그레는) 올해 초와 10월 메로나, 투게더 등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했다”는 내용을 담으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당일 다른 식품업체들인 오뚜기(007310)와 풀무원(017810), 롯데웰푸드(280360)가 당초 계획했던 일부 제품 가격 인상안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정부의 물가정책 역시 내년 4월 예정된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에 따라 총선 이후 그간 억눌렸던 주요 제품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말 날뛰는데 꼬리 잡아서야”…총선 이후 폭등 우려도
올해 3월 전후 정부가 가격 인상 자제를 압박을 받았던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000080)는 주정과 호프·맥아 등 원가 부담을 버티다 지난 10~11월 소주·맥주 공장 출고가를 7% 안팎 인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52개 생활필수품을 특별 물가관리 품목으로 지정해 관리한 ‘MB물가지수’ 정책은 정부의 인위적 가격 통제의 역효과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이미 유명하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MB물가지수는 시행 3년간 20.42% 오르며 같은 기간 489개 품목으로 이뤄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1.75%)을 웃돌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말이 날 뛰는데 꼬리를 잡는다고 통제할 수 있겠나”라며 “원부자재 가격부터 물류비, 인건비, 전기료 등 제반비용이 모두 올랐고 여기에 시장과 유통 환경까지 고려해 소매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몸통에 대한 통제 없이 끝단의 소매가격만 잡으려 하는 건 말초적 정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정부의 역할은 원부자재의 안정적 공급과 더불어 서민 물가의 주요 품목 몇 가지를 정해 가격과 품질, 용량 등을 매달 모니터링·공개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총선이 끝나면 정부의 가격 통제를 경험한 기업들은 향후 또 다른 통제 가능성을 염두해 미래 인상분까지 반영해 가격을 조정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