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 원자력·신재생 발전 비중 각 30% 이상 높인다…10차 전기본 확정

저탄소 전원으로 석탄·가스발전 대체
전력수요도 전망치보다 15% 줄이기로
송·배전망 확충…전력거래시장 다원화도
  • 등록 2023-01-12 오후 4:37:20

    수정 2023-01-12 오후 7:38:48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2036년까지 국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력생산)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신한울 원자력발전소(원전) 3·4호기 건설과 운영허가 만료 예정인 원전 10여기의 계속운전을 통해 원전 비중을 유지·확대하는 가운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을 대폭 늘려 기존 석탄·가스화력발전소를 대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전기본은 정부가 2년마다 향후 15년 동안의 전력수급 계획을 정하는 법적 절차다. 110여 전문가로 이뤄진 위원회가 올 8월 내놓은 실무안을 토대로 전력환경영향평가와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국회 상임위 보고 등 절차를 거쳐 이날 전력정책심의회에서 확정했다.

석탄·가스 줄이고 원전·신재생 확대

가장 큰 변화는 석탄화력발전 비중의 빠른 축소다. 2018년 기준 국내 발전의 41.9%를 맡아 온 기저전원 석탄의 비중을 2036년까지 14.4%로 줄이기로 했다. 석탄발전소 추가 없이 현재 60기의 국내 석탄발전소 중 28기를 폐지하고 액화천연가스(LNG)화력발전 등으로 대체한다. 남은 석탄발전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원을 섞는 혼소 발전 등을 통해 석탄 사용량을 줄이기로 했다.

석탄과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액화 천연가스(LNG)화력발전도 대폭 줄인다. 2018년 23.8%이던 것을 2030년 22.9%, 2036년엔 9.3%까지 줄이기로 했다. 가스발전을 줄인다는 기조이지만 석탄발전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수준인 가스발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정 기간 그 비중이 유지되는 것이다.

한국동서발전이 지난해 11월 착공한 음성 가스화력발전소 조감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을 가스발전으로 전환한 국내 첫 사례다. (사진=동서발전)
원전 비중은 2036년까지 34.6%로 늘리기로 했다. 2018년 23.4%과 비교해 11.2%포인트 늘어나는 수준이지만, 탈(脫)원전 정책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가 3년 전 수립한 9차 전기본이나 재작년의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의 축소 계획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25기의 원전의 운영허가 기간을 10년씩 늘리는 방식으로 유지하고, 현재 짓고 있는 원전 3기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통해 비중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포화 상태인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절차도 착수한다.

신·재생 발전 비중도 드라마틱하게 늘린다. 2018년 6.2%이었던 것을 2030년 21.6%, 2036년 30.6%까지 늘리기로 했다. 전 세계적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 정도의 공격적 보급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문 정부 때 수립한 9차 전기본보다도 소폭 상향 조정했다. 다만, 2030년까지 신재생 비중을 30.2%까지 늘리기로 한 재작년 2030 NDC와 비교하면 목표치를 대폭 하향한 것이기도 하다.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선 신재생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의 요구를 일부 반영하되 안정적 전력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현실성을 고려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선 5년 동안 신재생 발전설비 용량을 연평균 3.5기가와트(GW) 늘렸는데 현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0년까지 매년 5.3GW를 늘려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대응을 위해서도 29조~45조원의 신규 투자가 필요한 만큼 현 계획도 상당히 도전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12월 가동을 시작한 경북 울진의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왼쪽). 오른쪽 신한울 2호기 역시 1년 후쯤 가동 예정이다. (사진=한수원)
‘연 2.5% 증가’ 전력수요 15% 줄인다

정부는 현재 90GW 남짓의 전력수요가 매년 2.5% 늘며 2036년 최대전력수요가 135.6GW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확대 등 전동화 추세와 맞물려 전력 공급을 대폭 늘려야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겨울철에도 수급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력 공급능력 확대와 함께 전력 수요관리, 즉 사용량을 줄이는 정책을 함께 추진해 2036년 전력수요를 전망치보다 13.0%(17.7GW) 줄어든 118.0GW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력소비량 기준으로도 전망치의 약 15.0%에 이르는 105.7테라와트시(TWh)를 줄이기로 했다.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실제 증가율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3년 전 9차 전기본 때보다도 수요관리 목표치를 강화했다. 전 세계적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발전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는 어려움, 또 비용과 지역 주민 수용성 문제로 발전 및 송배전 설비를 무한정 늘릴 수 없다는 한계를 수요 관리를 통해 일부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 대표가 지난해 10월19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한국형 에너지 효율혁신 파트너십(KEEP30)을 맺은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2027년까지 매년 에너지원단위(GDP 100만원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량)를 1%씩 줄여나가기로 했다. (사진=산업부)
정부는 이 같은 전력 생산, 수요 관리 계획에 발맞춰 송·배전 설비를 비롯한 전력 계통을 보강하고 전력 거래시장 다원화도 추진한다. 현재 공공·민간 발전사들이 생산한 전력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015760)(한전)가 운영하는 송·배전망을 통해 각 기업과 가정에 공급된다.

또 발전사는 이 과정에서 준정부기관인 한국전력거래소가 만든 ‘하루 전 현물시장’을 통해 한전에 전력을 판매한다. 그러나 한전의 송·배전망 건설은 주민 수용성 악화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소규모 신재생 발전 설비 확대에 따라 단일 시장에서 전력을 거래하는 현 방식의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신규 건설에 맞춰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는 동시에 호남권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신·재생 발전설비를 타 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융통선로 건설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2036년까지 ‘전력 자급자족’ 성격으로 송·배전 부담을 줄이는 분산형 전원 비중을 23%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올 상반기 중 에너지원별 특성에 맞는 선도 계약시장을 만들어 운영키로 했다. 또 올 하반기 중 제주 지역에 실시간·보조서비스 시장 시범 도입도 추진한다.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겠다는 RE100 캠페인 확대와 맞물려 재생에너지 전력 직접구매계약(PPA) 활성화도 추진한다.

산업부는 13일 10차 전기본의 전체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10차 전기본을 중심으로 안정적 전력수급 달성을 위한 후속 과제를 검토하겠다”며 “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과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등 후속 에너지정책도 차례로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변 민간인통제선에서 개성공단으로 이어진 송전탑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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