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전기본은 정부가 2년마다 향후 15년 동안의 전력수급 계획을 정하는 법적 절차다. 110여 전문가로 이뤄진 위원회가 올 8월 내놓은 실무안을 토대로 전력환경영향평가와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국회 상임위 보고 등 절차를 거쳐 이날 전력정책심의회에서 확정했다.
가장 큰 변화는 석탄화력발전 비중의 빠른 축소다. 2018년 기준 국내 발전의 41.9%를 맡아 온 기저전원 석탄의 비중을 2036년까지 14.4%로 줄이기로 했다. 석탄발전소 추가 없이 현재 60기의 국내 석탄발전소 중 28기를 폐지하고 액화천연가스(LNG)화력발전 등으로 대체한다. 남은 석탄발전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원을 섞는 혼소 발전 등을 통해 석탄 사용량을 줄이기로 했다.
석탄과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액화 천연가스(LNG)화력발전도 대폭 줄인다. 2018년 23.8%이던 것을 2030년 22.9%, 2036년엔 9.3%까지 줄이기로 했다. 가스발전을 줄인다는 기조이지만 석탄발전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수준인 가스발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정 기간 그 비중이 유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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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25기의 원전의 운영허가 기간을 10년씩 늘리는 방식으로 유지하고, 현재 짓고 있는 원전 3기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통해 비중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포화 상태인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절차도 착수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선 5년 동안 신재생 발전설비 용량을 연평균 3.5기가와트(GW) 늘렸는데 현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0년까지 매년 5.3GW를 늘려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대응을 위해서도 29조~45조원의 신규 투자가 필요한 만큼 현 계획도 상당히 도전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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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재 90GW 남짓의 전력수요가 매년 2.5% 늘며 2036년 최대전력수요가 135.6GW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확대 등 전동화 추세와 맞물려 전력 공급을 대폭 늘려야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겨울철에도 수급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력 공급능력 확대와 함께 전력 수요관리, 즉 사용량을 줄이는 정책을 함께 추진해 2036년 전력수요를 전망치보다 13.0%(17.7GW) 줄어든 118.0GW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력소비량 기준으로도 전망치의 약 15.0%에 이르는 105.7테라와트시(TWh)를 줄이기로 했다.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실제 증가율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3년 전 9차 전기본 때보다도 수요관리 목표치를 강화했다. 전 세계적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발전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는 어려움, 또 비용과 지역 주민 수용성 문제로 발전 및 송배전 설비를 무한정 늘릴 수 없다는 한계를 수요 관리를 통해 일부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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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신한울 3·4호기 신규 건설에 맞춰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는 동시에 호남권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신·재생 발전설비를 타 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융통선로 건설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2036년까지 ‘전력 자급자족’ 성격으로 송·배전 부담을 줄이는 분산형 전원 비중을 23%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올 상반기 중 에너지원별 특성에 맞는 선도 계약시장을 만들어 운영키로 했다. 또 올 하반기 중 제주 지역에 실시간·보조서비스 시장 시범 도입도 추진한다.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겠다는 RE100 캠페인 확대와 맞물려 재생에너지 전력 직접구매계약(PPA) 활성화도 추진한다.
산업부는 13일 10차 전기본의 전체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10차 전기본을 중심으로 안정적 전력수급 달성을 위한 후속 과제를 검토하겠다”며 “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과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등 후속 에너지정책도 차례로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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