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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2일 “국가가 위험 방지 노력을 사전에 했는지, 사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기준이 될 것 같다”며 “(이태원 핼러윈 파티에) 유례 없이 많은 인파가 올 것으로 예상됨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발생 전부터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가 다수 접수됐음에도 경찰력이 현장에 배치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에 주목했다. 김 변호사는 “‘압사 사고가 날 것 같다’, ‘압사할 것 같다’는 류의 신고가 여러 건 들어올 만큼 절박한 상태였는데 국가 및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국민을 보호할 의무, 안전 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봤다.
경찰에 따르면 참사 당일 사고 4시간여 전부터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경찰의 현장 출동은 4차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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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가의 배상 책임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고윤기 법무법인 고우 대표변호사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주최한 행사가 아닌 데다가 세월호 참사와는 완전히 다른 우발적인 사고이기 때문에 국가배상 책임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실관계 파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승 연구위원은 “정부에 배상을 청구하려면 정부의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것이 확인되고 난 다음에 정부에 배상청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는데 지금은 모든 것을 가정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인지 사고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고, 적극적인 부작위가 나타났을 때 형사적 책임과 배상 책임을 따져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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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이번 참사를 ‘중대시민재해’로 보고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중대시민재해’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참사가 벌어진 골목이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따른 공중이용시설은 지하역사를 비롯해 일정 규모 이상의 대합실, 여객터미널, 실내 공연장, 실내 체육시설, 준공 10년 이상의 도로교량, 도로터널 철도교량, 철도터널 등이다.
고 변호사는 “중대시민재해는 가습기 살균제 같은 원료·제조물 관련이나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시설 상의 문제인데 참사 장소는 일반 도로이기 때문에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시설로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승 연구위원 역시 “참사가 발생한 곳은 골목이기 때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처벌 규정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확대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할 수 없고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 골목을 터널, 교량으로 보는 것은 법문이 갖는 범위를 넘어 유추해서 해석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