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독일 미국 등에서 선진의학을 배운 몇몇 국내 의사들에 의해 하지정맥류가 본격적인 치료대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인 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은 독일의 릴(Lill) 교수로부터 혈관경화요법을 처음 배워와 국내에 하지정맥류 치료의 싹을 틔웠다.
릴 교수는 당시 “하지정맥류는 판막 이상으로 노폐물을 실고 가는 정맥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고 역류하는 질환으로 서서히 진행하면서 하지에 궤양, 피부염, 혈전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방치하면 악화되므로 발견 즉시 치료해주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서구처럼 기름진 음식을 먹고 침대에서 자는 사람이 늘면서 하지정맥류, 심부정맥혈전증, 이코노미클라스증후군, 하지불안증후군 등 정맥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비만에 고지혈증이나 대사질환이 있는 경우 하지정맥류가 동반되면 혈전으로 인한 합병증이 유발되기 쉽다. 혈전이 생기면 갑자기 다리가 붓고 통증이 심해지며 혈류가 혈전에 의해 막힐 수 있어 응급상황으로 봐야 한다.
하지정맥류로 의심되는데도 병원에 가길 꺼린다면 우선 탄력붕대를 하지정맥류가 있는 종아리에 감아줘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발가락에서부터 8자형으로 허벅지 상부까지 붕대를 감아 올리되 발등을 가장 조이게 감아주고 무릎으로 올라오면서 약간 느슨하게 조여주는 게 좋다. 혈전은 운동하지 않을 때, 비행기에 탑승해서 기압이 떨어졌을 때, 발톱무좀이나 국소 피부염증이 있을 때 잘 생긴다. 따라서 자기 전에 감아주는 것도 일종의 혈전 예방 요령이다.
둘째로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감압식 스타킹을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흔히 정맥류 스타킹이라고 하는 데 요즈음에는 정맥류 진단을 받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돼 예전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셋째는 항응고 작용이 있는 이스피린을 처방받아 하루 한 알씩 복용하는 것이다.
심영기 원장은 “어떤 치료기법을 이용하는 가는 의사가 경험에 근거한 판단하기에 달렸겠지만 대체로 한 가지 치료법만 쓰면 재발률이 높아지고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가 흔하다”며 “환자의 정맥류 굵기나 혈류 속도, 향후 일어날 합병증과 부작용을 감안해 여러 치료법의 장점을 취해 병행하는 복합치료를 시행해야 단일치료의 단점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혈관의 특성과 환부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경험, 숙련도, 노하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