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전문병원을 찾은 박씨의 안압은 우안은 11mmHg이었지만 좌안은 무려 51mmHg으로 측정, 정밀검사 결과 신생혈관녹내장으로 진단됐다. 박씨는 당뇨병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았으며,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인지하고 못하고 있었다. 약으로 안압조절이 되지 않은 박씨는 섬유주절제술을 받았고, 이후 안압이 15mmHg 정도로 조절이 잘 되고 녹내장이 많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해 신생혈관 녹내장이 왔지만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비교적 치료가 잘 되고 있는 셈이다.
녹내장 중에서도 가장 치료가 어렵고 실명 위험이 높아 이른바 ‘독한 녹내장’으로 불리기도 하는 신생혈관 녹내장의 원인질환으로 당뇨망막병증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은 평소 망막질환뿐 아니라 녹내장에 걸렸는지 여부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필요한 시력을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신생혈관 녹내장 원인 질환 중 ‘당뇨망막병증’이 가장 높게 나타나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황영훈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한국인의 신생혈관 녹내장의 원인질환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폴스 원에 발표했다.
주요 원인질환인 당뇨망막병증과 망막정맥폐쇄, 안구허혈의 임상적 특징을 비교했을 때는 당뇨망막병증을 가진 환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젊은 나이에 신생혈관 녹내장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는 신생혈관 녹내장 유무 확인해야
특히 신생혈관이 안구 내 압력을 담당하는 전방각에 생기게 되면 눈 속을 흐르는 액체인 방수가 지나가는 길을 막아 안압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안압이 오를 경우 눈 속에 있는 시신경이 눌려 점점 약해지게 되고, 그로 인해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다가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회복될 수 없으므로 녹내장은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을 지니고 있는 환자가 녹내장 이환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서양인을 대상으로 연구해 온 신생혈관 녹내장의 원인질환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서양인의 경우 신생혈관 녹내장의 원인질환으로 당뇨병망막병증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분의 1 정도지만, 한국인의 경우 이보다 훨씬 높은 수치인 약 3분의 2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해 신생혈관 녹내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황영훈 교수는 “신생혈관만 생겨 있고 안압이 많이 높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신생혈관 녹내장으로 인한 특이증상이 없을 수 있다”며, “평소 당뇨병이 있다면 본인의 증상과 상관 없이 신생혈관 녹내장의 유무를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