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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협력해 한국행 희망자를 전부 이송하는 데 성공한 한국 정부와는 상반된 결과다.
“공항에서 만나자”…대피 희망자들 도착 못 해
26일 NHK와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프간에 남아 있는 일본인과 대사관에서 일한 현지 직원들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옮기기 위해 자위대 C2 수송기가 전날 밤 카불 공항으로 향했다. 자위대법에 근거한 재외동포 수송 임무에서 외국인을 대피시키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대피하려는 사람들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첫날 수송 인원은 0명에 그쳤다.
대피 희망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카불 공항까지 와야 했지만 여의치 않은 탓으로 보인다. 이들은 군 수송기 도착에 맞춰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탈레반이 지난 24일 자국민 출국 금지를 선언하며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한 탓에 공항 진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탈레반 대변인은 “공항으로 가는 길이 차단됐다. 아프간인은 그 길로 공항에 갈 수 없고 외국인만 공항에 가는 것이 허용된다”며 “아프간인들이 탈출하는 것이 불쾌하다. 더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NHK는 “일본 정부가 대피 작업의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대피 희망자들에게 공항까지는 자력으로 이동하도록 요구했는데, 현지에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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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아프간 협력자는 물론 자국민 구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17일 수천명을 태울 계획이던 수송기에 7명만 태운 채 출발했다. 뒤이어 도착한 두 번째 철수기는 독일인과 아프간인 등 120여명을 태우고 카불을 떠났다.
네덜란드도 지난 17일 최대 1000명을 태울 계획이었지만 명단에 있는 인원 중 1명도 태우지 못했다. 벨기에 역시 군용기에 한 명도 태우지 못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화상 브리핑에서 “원하는 사람은 100% 나왔다”며 국내 잔류나 제3국행을 결정한 이들을 제외하면 당초 정부가 계획한 인원 전부를 이송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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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기지를 통과할 때는 반드시 미군 승인이 필요한데, 미군은 탈레반과 철수와 관련해 ‘미군이 승인하는 인원에 대해선 철수해도 좋다’는 약정을 맺었다. 이 약정에 따라 버스 6대에 나눠 탄 한국행 협력자들은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협력자들도 대사관과 병원, KOICA(한국국제협력단) 등 자신이 속한 기관별로 탄탄한 연락망을 유지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이송에 도움이 됐다. 미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의 행크 테일러 소장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아프간 사업 재건에 협력한 조력자들을 국내에 수용하기로 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