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M&A로 '신종 稅테크'‥압박수위 높이는 당국

합병법인 법인세 싼 유럽에 설립 잇따라
미국내 법인세 워낙 높아 절세 유혹 커
당국 제동 움직임‥소급입법 거론하며 압박
  • 등록 2014-07-17 오후 4:42:55

    수정 2014-07-17 오후 4:42:55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미국 제약회사 밀란(Mylan)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다국적 제약사 애벗래버러토리즈(Abbott Laboratories·이하 애벗)의 해외사업부를 53억달러(약 5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밀란은 해외 사업을 키우고 애벗은 신흥국 사업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게 명분이었다. 겉모습은 인수합병(M&A)이지만 속내는 미국의 막대한 법인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본사를 합법적으로 해외로 옮기는 신종 ‘세(稅)테크’라는 게 제약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밀란과 애벗 사례처럼 미국 대기업의 절세용 M&A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미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미국정부가 앞장서서 기업들의 해외 탈출 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당분간 이같은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절세용 해외기업 M&A 러시‥법인세 낮은 유럽으로 이전

최근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해외기업 M&A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제약사 애브비도 영국 제약사 샤이어를 인수한 뒤 영국으로 법인을 옮길 예정이다.미국 최대 의약품 판매업체 월그린도 본사를 스위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국계 회사는 아니지만 최근 크라이슬러를 합병한 피아트도 새 회사의 법률상 등기 본사를 네덜란드로, 세법상 주소는 영국으로 각각 이전할 계획이다.

미국 기업들이 이처럼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이유는 법인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미국 법인세율은 39.1%다. 반면 네덜란드는 25%, 영국은 23%, 아일랜드는 12.5%에 불과하다. 미국 기업들이 법인을 해외로 옮기면 법인세 실효세율을 20%대 중반에서 10%대 이하로 낮출 수 있다.법인세 절감효과를 극대화하기위해 지난 10년간 50여개 미국기업이 해외로 법인을 옮긴 상태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세금이 낮은 지역으로 회사를 옮겼다간 여론의 역풍은 물론 미국 국세청의 표적이 될 위험이 크다. 미국은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본사 이전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병을 통한 본사 이전이 가능해 미국 기업들이 합법적인 탈출(?)을 하기 위해 해외 기업과 M&A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결국 세금을 줄이려 회사 이익을 아일랜드 자회사와 네덜란드 자회사를 거쳐 세금이 거의 없는 카리브해로 돌리는 ‘하나의 네덜란드 샌드위치에 두 개의 아일랜드(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 탈세 전략의 미국판 버전인 셈이다.

뒤늦은 제동거는 미국 정부‥소급입법 거론하며 으름장

최근 절세를 노리고 해외로 법인을 옮기는 경우가 잦아지자 미국 내 비판 여론도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온갖 혜택을 다 받고 세금을 덜 내려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기업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 정부도 이런 여론을 고려해 기업들의 해외탈출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미국 의회 조세위원회 의원들에게 “미국 세금체계를 남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즉각적인 입법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는 경제적 애국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법인세 절감용 본사 해외 이전을 방지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관련법안이 만들어지면 지난 5월까지 소급적용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기업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도 절세용 해외 이전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세법상 허점을 정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절세용 해외 M&A와 관련한 법안을 따로 마련하기보다는 포괄적인 세제 개편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관련업계에서는 미국의 법인세 부담이 워낙 커 ‘기업들의 탈(脫)미국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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