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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돈풀기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당장 ‘증세’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미 월가(街)·재계가 기업 이익에 적잖은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증세론에 반발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우려·국가채무 확대 등 역풍을 고심하는 공화당과도 척을 질대로 진 상황이어서 이 법안이 곧이곧대로 의회의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인프라 2개 법안으로 추진…최대 4조달러 달할 수도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CNN방송·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인프라 법안엔 기후변화 대응·중국과의 경쟁을 위한 제조업 및 첨단기술 산업 육성 등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과제가 총망라됐다. 즉, 지난 부양안이 취약계층·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조처였다면 이번 인프라 법안은 대선 공약이기도 한 바이든 행정부의 중장기 어젠다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은 공화당의 반발 등을 고려해 2개로 나뉘어 추진된다. 기후변화와 함께 도로·교량·철도·항구 등 인프라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춘 1조달러 규모 법안엔 클린에너지·5세대(5G) 통신망에 대한 투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2조달러 규모 법안은 양육보조금·무상보육 등 교육·복지가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의료·교육 등으로까지 자금 지원이 확대된다면 전체 인프라 법안 규모는 4조달러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의료분야 등에도 일정부분 예산을 배정할 것”이라며 “소수인종 대산 등록금 인하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노인 요양 등도 지원 대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그린뉴딜’에도 약 4000억달러가 배정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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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일단 바이든 행정부는 부유층 및 법인에 대한 증세와 다국적 기업의 해외수익에 대한 추가 관세 등이 이뤄지면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재계는 증세에 난색을 표한 데다, 월가에서도 기업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율을 종전 21%에서 28%로 인상할 경우 내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의 주당 순익이 9%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닐 브래들리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이번 인프라 법안에 대해 “목표를 바로 잡았다”면서도 “결국 증세와 맞물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증세는 경제회복의 걸림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0년간 10조달러…공화 반대 속 민주 일부도 갸웃
재정수지 악화·정부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공화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어떻게든 저지하겠다는 거다. 미국 비영리연구기관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설명대로 바이든 행정부의 향후 10년 프로젝트를 뜯어보면 그린뉴딜 인프라 투자(3조달러), 보육·교육(2조7000억달러), 의료보험 확대(2조500억달러), 제조업 살리기(4000억 달러) 등 10조달러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는 2020년 3분기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절반(약 47.2%)에 달하는 규모다. 공화당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이날 인프라 법안에 대해 “대규모 증세와 일자리를 죽이는 좌파 정책을 위한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이유다.
물론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기는 하나, 민주당 내 초당파 의원들 역시 대규모 돈 풀기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 미 언론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그대로 현실화할 공산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 배경이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법안에 대해) 다양한 옵션·범위·규모를 고려하고 있지만, 추측은 시기상조”(젠 사키 대변인)라며 언론에 앞서 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