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하루 뒤인 24일 여야 의원들과 만남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해 승인했던 예산을 이번 반도체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직후 나온 것으로, 이날 회동에서도 이 이슈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통과된 연방정부의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의회는 자국 내 반도체 제조에 투자하는 기업에 연방 보조금을 지원하고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재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의회는 아직 이 재정 지원 규모를 확정짓지 않은 상황이다.
슈머 원내대표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부족은 우리 경제와 국가 안보에 있어서 매우 취약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칩은 자동차뿐 아니라 컴퓨터와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에 모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촉발됐다.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자 반도체업체들은 가뜩이나 수익성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 상산라인을 줄이고 서버나 모바일 디바이스,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생산을 늘렸다. 다만 이후에 자동차 수요가 가파르게 회복됐는데도 반도체업체들이 이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하다보니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드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올 1분기에만 자동차 생산량을 최대 20% 줄이기로 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캔자스주, 캐나다, 멕시코 공장에서의 자동차 생산을 줄이고 있다. 다음달 중순 반도체 수급 상황을 반영해 생산 계획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부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 개선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개선을 위한 포괄적인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판매에서 미국 반도체업체 비중은 47%나 되지만, 제조부문에서는 그 비중이 12%로 낮다. 미국 업체들이 판매하는 반도체칩 대부분이 아시아 업체들에 대한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1990년대만 해도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의 37% 정도가 미국 내에서 생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