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주 52시간 노동제)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산업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및 선택적근로시간제도 정산기간 연장 등 보완입법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국내 주요 12개 업종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조사한 결과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보완 입법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탄력적근로시간제 최대 단위기간 연장(1년), 선택적근로시간제도 정산기간 연장(6개월 이상), 인가연장근로 대상 확대 등을 절실히 요구했다.
산업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짧아..도입절차도 복잡”
한경연은 “근로시간 단축 이후 산업계 전반에 탄력적근로시간제 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면서도 “최대 단위기간이 짧아 기업들이 활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 패션 등 신제품 개발이 경쟁력의 핵심인 산업의 경우 신제품의 기획에서부터 개발, 최종 양산까지 최소 6개월의 집중근무가 필요하지만 기업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된 데다 짧은 단위기간으로 탄력근로시간제 활용마저 어려워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건설 업계도 동남아 건설 현장의 경우 집중호우(3개월∼5개월) 등으로 특정기간 집중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탄력근로제의 짧은 단위기간으로 인해 공사기간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벽지, 창호 등 건설 기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1년 중 관련 건설공사가 6개월 이상 집중되기 때문에 3개월의 짧은 탄력근로 단위기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경연은 “산업계의 탄력근로 활용 애로를 해소하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최대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처럼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며 “도입절차도 현행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에서 직무별, 부서별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선택근로제도 짧은 정산기간 애로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도 너무 짧다는 게 산업계의 호소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도는 사전에 업무량을 예측할 수 없는 산업 특성의 경우 1개월 이내의 정산기간 동안 1주 평균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일별·주별로 근로자 스스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한경연은 “ IT서비스업에서는 테스트, 시스템 전환 등이 진행되는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에서 4개월 이상의 집중근로가 필요하다”며 “ 이 기간 동안 고객사의 새로운 요구사항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데이터 오류가 발생하면 즉시 수정할 수 있는 상시 대기체제로 근무해야 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T서비스 업계는 업무 특성상 선택적근로시간제를 도입해야 하지만 짧은 정산기간으로 제도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석유화학 특수분야, 인가연장근로 허용 필요해
석유화학·정유업은 통상 4년 주기로 2개월∼3개월 동안 숙련인력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정기보수 공사를 실시한다. 해당 업계에서는 숙련인력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정기보수 공사 기간에는 현실적으로 근로시간 한도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조선 산업은 선박 건조 후에 계약서에 지정된 해역으로 건조된 선박을 이동시켜 해상에서 실제 운항조건으로 해상 시운전을 실시하는 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승선해서 집중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경연은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한도를 사실상 준수하기 어려운 업무에 대해서는 인가연장근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경제성장률이 역성장하고 기업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 등 근로시간 단축 관련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산업화 시대의 획일적이고 규제 위주의 근로시간 정책에서 벗어나 개인 창의성을 존중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근로시간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