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브로드캠의 퀄컴 인수 제동…주주총회 30일 연기 명령

  • 등록 2018-03-06 오후 2:54:38

    수정 2018-03-06 오후 2:54:38

/ 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정부가 싱가포르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의 자국 반도체기업 퀄컴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외국 기업이 자국 기업을 쉽게 넘볼 수 없도록, 또 자국 기술이 해외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6일 예정돼 있던 퀄컴의 주주총회를 30일 뒤로 연기토록 명령했다. 당초 퀄컴은 주주총회에서 브로드컴이 제안한 이사 후보 6명에 대한 선임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표결이 마무리되면 브로드컴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퀄컴을 1170억달러(약 126조5000억원)에 인수할 것으로 관측됐다. 처음 제안한 인수가격은 1050억달러였으나 최근 상향조정됐다.

CFIUS는 연기된 한 달 동안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미국 첨단 기술이 다른 나라의 손에 넘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합병(M&A) 협상이 끝나기 전의 조사는 이례적이다. 이에 표면적으로는 퀄컴이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실질적으로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브로드컴이 퀄컴에 적대적 M&A을 강요한 것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압력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드컴은 국가안보 위협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규제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브로드컴은 퀄컴이 투표를 막기 위해 몰래 CFIUS에 조사요청을 했다며 “뻔뻔하고 극단적”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퀄컴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반박했다.

브로드컴은 과거 미국기업이었으나 지난 2016년 싱가포르의 아바고에 인수됐다. 퀄컴은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 해당 산업 분야에선 중국 기업들의 최대 경쟁사로 꼽힌다. 현재는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매출 규모 기준으로는 브로드컴이 세계 4위를, 퀄컴이 3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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