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사활·호구’…“평소 쓰는 말이 바둑용어였다고?”

  • 등록 2016-03-14 오후 3:21:54

    수정 2016-03-14 오후 3:21:54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실수(失手)가 바둑용어였다고요?”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의 역사적인 대국을 통해 전 국민의 시선이 바둑에 쏠려 있다. 네시간이 훌쩍 넘는 바둑 중계에는 일상 생활에서 익숙히 쓰이는 말들이 나와 관전자에게 친근함을 주는데 상당 부분 ‘원래’ 바둑 용어들이다.

이세돌 9단의 스승인 권갑용 8단은 “5000년 역사를 가진 바둑은 동양 정신문명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삼국지, 손자병법, 초한지에 나오는 장수, 지략가들의 용어를 보면 바둑에서 파생된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해방 후 바둑을 좋아하는 정치인들이 정치 상황을 바둑 용어로 설명하면서 우리 일상에 많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권 8단에게 도움을 받아 대표적인 바둑 용어들을 정리해 봤다.

착수(着手)=어떤 일에 손을 대어 시작하다는 뜻. 바둑을 둘 때 바둑판 위에 돌을 올려 놓는다는 뜻이다. 한 번 둔 돌은 다른 곳으로 옮겨 놓을 수 없다.

명수(名手)=사전의 뜻 그대로 솜씨가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바둑에서 절표한 수를 명수라고 하며 이것이 널리 쓰이게 됐다.

수순(手順)=‘순서’, ‘차례’라는 의미로 쓰이나 원래 바둑에서 돌을 놓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각 수의 순서와 관계가 모두 논리적인 인과성을 지니는 바둑은 수순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정석(定石)=공격과 수비에 최선이라고 인정된 수를 두어 나타난 수순. 알파고는 이번에 때때로 인류가 쌓은 바둑의 ‘정석’대로 두지 않아 이세돌 9단을 당황케 했다.

사활(死活)=‘승부에서 사활을 건다’로 쓰이는 이 용어도 바둑의 중요한 개념.

호구(虎口)=‘호구잡혔다’라는 속된 뜻으로 주로 쓰이나 이 또한 바둑 용어. 바둑돌이 호랑이 입을 벌린 것처럼 공간을 두고 배치돼 있을 때그 안에 두면 반드시 먹히게 된다.

자충수(自充手)=스스로 행한 행동이 결국 본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 자기가 놓은 돌로 자기의 수를 줄이는 일로 ‘자가당착’과 뜻이 유사하다.

무리수=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거나 정도에 지나치게 벗어나게 된다는 뜻. 국립국어원 2000년 신조어 목록에 오른 무리수도 바둑계에서 오랫동안 쓰인 용어다.

초·중·종반전(初·中·終盤戰)=각종 스포츠에서 널리 쓰이는 익숙한 이 용어도 바둑 용어다. 소반, 받침대라는 뜻의 반(盤)은 바둑판을 가리키는 용어기도 하다.

꽃놀이패=화투 용어로 익숙하나 바둑 용어다. 한 쪽은 져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으나, 다른 한 쪽은 반드시 이겨야만 큰 피해를 모면할 수 있는 패(覇)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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