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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투 대주교는 1997년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뒤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했다. 요양병원에 머물렀던 그는 이날 가족 곁에서 숨을 거뒀다. 2010년 은퇴한 뒤 좀처럼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고, 2015년부턴 그의 입원 소식이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고인은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공로로 198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1994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평화적인 흑백 정권 교체를 이룬 후에도 여러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무지개 국가’를 건설하자며 국민 통합에 힘썼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1993년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 전 대통령과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다. 두 대통령은 각각 2013년, 지난달 11일 세상을 떠났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끝난 뒤에도 ‘용서 없이 미래 없다’는 구호를 앞세우며 국민 통합에 힘쓴 공로가 높게 평가된다. 로이터 통신은 “거침 없었던 투투 대주교는 남아공에서 흑인과 백인 모두에게 ‘국가의 양심’, ‘화해의 정신’으로 평가받는다”라고 전했다.
고인은 또한 부정부패와 소수자혐오 등에도 끊임없이 맞서 싸웠다. 부패가 심했던 제이콥 주마 정부(2009~2018년)를 거세게 비판했다.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한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정실 인사와 순혈주의도 문제 삼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투투 대주교가 남아공에서 인종 간 평등과 화해를 이뤄내 복음에 헌신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미국의 흑인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딸인 버니스 킹 목사는 “현인이자 인권 지도자이며 강력한 순례자가 세상을 떠났단 소식을 듣고 슬픔에 빠졌다”며 “그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발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