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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초강대국’ 미국이라도 해도, 외교 수장이 ‘외교적 결례’일 수 있는 다른 나라 정상과의 회담을 당일에서야 취소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행방에 온 세계의 시선이 꽂혔던 이유다.
10시간 만에 등장…폼페이오 “이란 위협 대응 차원”
모건 오타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폼페이오 장관의 유럽순방을 동행 중인 기자단에 “유감스럽게도 긴급한 문제로 인해 베를린 회담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국 CNN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은 ‘알려지지 않은 목적지’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동행한 기자단에게도 행선지를 통보하지 않았으며, 향후 그 행선지를 떠날 때까지 ‘보도 유예’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CNN방송은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국제적인 안보문제”라고 썼다.
실제로 이날은 이란 핵위기가 4년 만에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이날 이란 국영 IRNA는 이란 외무부가 이란 핵합의 당사국 5개국 특사들에게 2015년 핵합의에 대한 ‘축소된 공언’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8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지 1년 만에 이란도 핵합의에서 이탈을 공식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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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차치하더라도,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유럽순방은 순탄치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는 곳마다 다소 껄끄러운 마찰을 일으켰다. 북극 정책을 조율하는 다자 협의체인 북극이사회에서 협정문 채택이 불발된 게 대표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협정문에 서명하지 않은 채 회의장을 떠났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기후변화를 북극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북극은 세계 힘과 경쟁의 각축장이 됐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적인 행동을 견제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중국·러시아와 각을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남은 유럽순방은 예정대로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핀란드·독일·영국·그린란드 등을 방문하는 유럽 순방 일정을 소화하던 중이던 폼페이오 장관은 내일(8일) 테리사 메이 총리와의 회담 등 영국 일정에 변화를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외무부 대변인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의 영국 방문 일정은 유효하다”며 “이후 그린란드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