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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을 뽑는 KEB하나은행 공개 필기시험은 지난 27일 전국 200개 고사장에서 약 8000명의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KEB하나은행은 채용비리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며 올해 채용이 불투명했지만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자 하반기 채용에 나섰다.
일시에 예년보다 2배 이상 많은 응시생들이 몰린 탓에 시험 관리감독이 부실하게 이뤄져 부정행위가 잇따랐다는 게 응시자들의 주장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최모(24·여)씨는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는 한 사람이 시험시간을 모두 마쳤는데도 계속해서 시험문제를 풀었다”며 “감독관에게 항의했지만 감독관 자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했다”고 말했다.
같은 장소에서 시험을 본 김모(28)씨도 “인적성은 오답을 마킹하면 감점되는 경우가 있는데 따로 안내가 없어서 감독관에게 물어봤는데 감독관도 몰랐다”며 “감독관도 알아본다고 했지만 결국 시험이 끝날 때까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제를 푸는 방식에 대한 공지도 고사장마다 달랐다고 응시자들은 전했다.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 시험을 본 박모(28)씨는 “원래 인적성 시험은 5분마다 20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대기했다가 다음 문제를 푸는 식이라 그런 방식으로 준비했다”며 “막상 고사장에서는 100분 동안 문제를 풀라고 해서 방식이 바뀐 줄 알았는데 다른 고사장은 5분마다 20문제를 푸는 방식 그대로였다”고 전했다.
대구의 한 대학교에서는 고사장 내 시계가 없어 감독관이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 시간을 확인하라고 공지하기도 하고 시험을 보기 전에 신분증 검사조차 하지 않는 고사장도 있었다.
응시생들은 채용비리 이후 공정성을 제고하겠다고 하기엔 시험감독이 지나치게 허술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KEB하나은행측은 “일부 관리 감독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엄중 조치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측은 이어 “채용비리 논란 등으로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서류부터 필기시험, 면접까지 외주업체에 맡겨서 진행하고 있다”며 “응시자 민원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400명 고사장 감독관들에게 관련 사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시험시간을 넘겨 문제를 푸는 등 부정행위를 현장에서 적발해 제재하면 고사장내 소란행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부정행위자는 현장에서 별도 명단을 작성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