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인 사업가 에릭 리(Eric Li)씨는 중국 남동부에 4개의 유리 공장을 갖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된 램프갓과 화병은 미국에 수출된다. 미국 홈디포 매장에는 여전히 램프갓이 진열돼 있지만 그의 공장 4곳 중 3곳은 이미 가동을 멈췄다. 직원들의 월급이 9년 전보다 3배 증가한 반면 마진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1000명에 달했던 직원은 이제 150명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에 엄격한 규제까지 더해져 회사는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리씨는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마저 부과한다면 우리는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게임 끝”이라고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내 수천개의 중소기업이 파산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도 지난 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중국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빈 라이 다이와캐피털마켓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수입 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45%가 책정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87%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민간 중소기업들은 올해 1~2월 전체 대미 수출의 45%를 차지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응할 수 있는 업체들은 애플과 나이키에 각각 납품을 하고 있는 대만 홍하이나 유유엔 정도가 꼽힌다. 중국 역시 보잉 항공기, 아이폰 등 미국 기업들에게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다. 또 중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금이나 반독점법 위반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서로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홍콩중화창상연합회(CMA) 에디 리 회장은 “무역전쟁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걸림돌이 된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