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지난달 시작한 홍콩달러-위안화 이중통화 거래는 해외 투자자에서 중국 본토 투자자들로 곧 확대될 것입니다. 차후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의 외국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되면 결국 이들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홍콩 기업공개(IPO)가 늘어날 것입니다.”
| 유태석 홍콩증권거래소 전무가 5일 홍콩 센트럴 홍콩거래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겨레 기자) |
|
유태석 홍콩증권거래소 국제시장고객개발본부 전무(MD·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증권거래소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에서 15년, 홍콩증권거래소에서 11년을 근무한 자본시장 전문가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지난 6월19일 홍콩달러-위안화 이중통화 거래를 시작했다. 지금은 해외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텐센트 등 24개 종목을 거래할 때만 해당되지만, 향후 중국 본토 투자자들로 대상이 확대된다. 중국과 홍콩 금융당국은 향후 위안화 거래 종목을 늘리는 한편 중국 본토인도 홍콩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까지 위안화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그동안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 투자하려면 위안화를 홍콩달러로 환전해야 했고, 투자 가능 종목도 중국 기업에 한정됐다. 이는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되는데다 매 거래일 장 종료 이후에야 환전 금액을 알 수 있고 환전 한도도 1년에 미화 5만달러(한화 약 6450만원)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이 있어 거래가 원활하지 않았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위안화 표시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 홍콩 증시는 더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세계 IPO 공모금액 1위를 차지했던 홍콩거래소는 △2020년 2위 △2021년 4위 △2022년 3위로 하락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며 주춤했다.
그러나 여전히 홍콩 금융시장은 건재하다는 게 유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수년간 코로나19 관련 규제 때문에 자금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빠져나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식·예금·보험·펀드 등 전체 금융시장 규모를 보면 홍콩이 (싱가포르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기준 홍콩과 싱가포르 증시 시가총액은 각각 4조5500억달러(약 5900조원), 6120억달러(약 795조원)였다. 지난해 6월 기준 역외 위안화 결제의 74%가 홍콩에서 이뤄진 반면 싱가포르의 비중은 4%에 그쳤다.
중국 본토 투자금이 본격적으로 홍콩 증시에 유입되고, 해외 기업 투자도 할 수 있게 되면 글로벌 기업들의 홍콩 증시 상장도 늘어날 전망이다. 유 전무는 “위안화 표시 주식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결국 외국 기업이 홍콩에서 중국 자본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며 “홍콩은 세계 자본시장에서 중국 본토 은행 및 거래소와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된 곳이다. 앞으로 위안화 국제화와 함께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태석 전무는…
△미국 노트르담대 △미국 일리노이공대 경영학 석사(MBA)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아시아 세일즈 책임자 △홍콩증권거래소 국제시장고객개발본부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