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폭탄 째각째각…금융위기 피할 수 없다
영국 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중국의 부채 규모는 작년 기준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60% 규모다. 2008년 150% 불과했던 부채가 10년도 안 돼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풀린 돈이 중국으로 집중 유입됐고, 중국 내부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한 유동성이 대거 공급되면서 금융권을 통해 시중에 풀린 결과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국민이 금융권에 맡긴 돈으로 도로나 건물, 공장을 건설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해도 정부가 사실상 보증을 하면서 부채 의존형 경제구조가 고착화했다.
그렇지만 이런 중국식 금융시스템이 영원할 수는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경제규모도 커지면서 과거와 같은 빠른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자본이익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1위안의 부가가치(GDP)를 늘리려면 1위안이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4위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십여년 간 폭증했던 부채는 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성장이 더뎌지면서 부채 문제를 해결하게 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은행권의 숨겨진 부실은 더 심각
물론 중국 금융시장은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정부의 통제력도 강한 편이다. 자체적으로 유동성도 충분하고 외환보유액도 넉넉하다. 오랜 기간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한 번도 적중하지 않은 이유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과 접점을 확대하고 있고 금융시장 통제력이 예전보다 약화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통제를 받지 않는 제도권 밖의 그림자 금융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부실 위험은 점차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은행권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자산만 30조달러다. 글로벌 GDP의 40%다. 중국 ‘빅4’가 그대로 글로벌 ‘빅4’다. 중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6조달러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채권시장은 7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세계 3위다. 중국 금융시장이 흔들린다면 세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올 초 중국 위안화가 달러와 견줘 1% 정도 절하되자 주식과 외환, 원자재 시장이 흔들리는 현상이 빚어졌을 정도다.
금융권의 숨겨진 부실도 불안감을 증폭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CLSA는 최근 발간한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 은행권의 전체 대출자산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15~19% 정도로 추정했다. 중국의 공식 부실채권 규모는 전체 여신의 1.7%란 게 정부 발표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공식 통계의 9~11배에 수준이다.
정부도 심각성은 인식…현실은 갈팡질팡
중국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9일(현지시간) 1면 하단과 2면을 할애해 소개한 익명의 권위 있는(unidentified authoritative) 관계자 인터뷰 한편은 중국 지도부의 시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인사는 레버리지(빚)를 늘려 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허공에서 나무를 기르는 것”이라면서 과도한 빚은 결국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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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현실은 복합하다. 부채 의존도를 줄이려면 돈줄을 죄야 하는데,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부실기업의 대량 파산과 실업, 금융권의 손실확대, 금융시장의 불안 확산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로서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부채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써야 한다. 첫째는 당장 위험이 따르지만 금융시스템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근본적 해법과 급격한 개혁 대신 현재 시스템을 보완해 단기적인 충격을 줄이는 방법”이라면서 “현 지도부는 두 방법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