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이지만..' 가석방 회의서는 어떤 대화가

가석방심사위 회의록 보니, '장기로 모범' 복역 중요한데
보호자 유무와 실질적 관계 양호한지가 주요 판단 기준
종교시설 및 요양시설 의탁으로 보호자 공백 메우기도
  • 등록 2023-01-04 오후 3:21:33

    수정 2023-01-04 오후 3:21:33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데에는 어떤 점이 유불리로 작용할까. 법원 판결의 권위와 법무부 형 집행 권한을 거스르면서까지 도중에 석방할 만한 이유를 회의록을 통해 가늠해본다.

교정 시설.(사진=이미지투데이)
4일 법무부가 가장 최근 공개한 2017년 성탄절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위원회는 일반 수형자 872명과 장기수형자 43명(무기수 13명) 등 915명의 가석방을 심사했다. 심사는 대상자를 적격자와 부적격, 그리고 그 중간쯤인 신중 검토 등 세 갈래로 나눠 진행했다.

그 결과 신중 검토자 7명 전원(무기수 5명·중환자 2명)은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개중에 무기수 5명은 모두 살인범이었으나 가석방으로 이어졌다. 장기간 복역한 점과 사회 복귀를 위한 노력이 뒤따른 점이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상대 조직원을 살해한 폭력배 A씨는 범죄를 일으킨 1980년대 당시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인물이었다. 다만 이후 복역하면서 ▲30년 넘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고 ▲각종 자격증 취득으로 바깥 생활에 적응할 여력을 키웠으며 ▲보호자가 가석방을 탄원한 점이 긍정 요소로 작용했다. ‘모범적인 수형 생활’은 판단 기준이 모호할 수 있으나 정량화할 수 있다. 교정시설에서 표창을 받거나, 직업 훈련 및 내부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해당한다.

경제력은 주요 변수일 수 있다. 교정 당국은 수형자의 경제력(자산·주거 형태 등)을 바탕으로 재범 가능성을 판단한다. 이 결과(재범예측지표)가 가석방 심사에서 주요 지표로 쓰인다. 앞서 보호자 탄원을 보는 것도 비슷할 수 있다. 이로써 ‘보호자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다. 밖에서 적정한 거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의찮으면 보호자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로 이어지는 사안이다. 수형생활이 길어지면 외부와 관계가 단절하는 경우가 잦을 수 있다.

보호자가 있더라도 실제로 관계가 양호한지는 별개 문제다. 무기수 B씨는 강도살인·상해로 30년 가까이 복역하다가 가석방 조처를 받았다. 학위 취득, 자격증 합격, 모범 생활 등 여러 조건이 충족됐으나 개중에 ‘보호자인 형제와 접견 및 전화 통화를 보면 관계가 양호해 보인다’는 점이 반영됐다. 보호자와 관계가 유대가 옅고, 형식에 그치면 긍정적인 요소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보호자 공백을 외부 도움으로 메워 가석방에 성공하기도 한다. 일반 수형자 C씨는 가족과 인연이 끊겨 ‘보호 요건’이 열악했지만, 종교시설에서 머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가석방 적격자’로 구분됐다. 중환자 D씨는 치료를 위해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보호자가 없어서 불발한 상태였다. 이후 입소할 요양기관을 구한 끝에 잔여 형기 2개월여를 남기고 가석방으로 나왔다.

전체적으로 보면 복역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으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법적 요건은 무기형은 최소 20년 이상,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이 각각 지나야 가석방 대상에 포함한다. 앞서 무기수들은 30년 안팎을 복역한 점에서 요건을 크게 충족했다. 당시 심사는 형집행률이 일반은 65% 이상, 장기·무기는 80% 이상이 대상이었다.

아울러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았거나, 재범 우려가 크면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런 이유에서 당시 적격자 일부인 4명과 부적격자 전원인 94명은 가석방이 불발했다. 2017년 성탄절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는 81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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