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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에 국내 기름값도 고공행진을 달리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전국 평균 ℓ당 1600원 수준이었던 휘발윳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더니 이제는ℓ당 2000원 시대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4일 오후 2시 기준 전국 휘발유 판매 평균 가격은 ℓ당 2080.93원으로 집계됐다. 비교적 저렴했던 경윳값은 ℓ당 2082.47원으로 이미 휘발윳값을 뛰어넘은 상태다.
기름값 폭등에 시민들의 대처 방식도 제각각이다. 지방 출장이 잦은 이모(64)씨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기름을 가득 넣는데 올해 초만 해도 한 달에 유류비로 80만원이 들었지만, 지금은 120만원 정도 나오고 있다”며 “오름세가 무서워 요새는 출장을 가는 동선에서 제일 싼 주유소를 검색해 일부러 찾아간다”고 했다. 직장인 A(30)씨도 “최근 강원도에 간 적이 있는데 휘발유가 1990원대인 주유소에 앞에 대기 줄이 엄청나더라”고 전했다.
고유가에 ‘가짜 경유’·‘주유권 중고 사기’ 범죄도
기름값 폭등 속 범죄도 기승이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박모씨는 ‘주유 할인권’을 저렴한 가격에 팔겠다고 했다가 ‘먹튀’한 판매자를 고소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5만원 상당의 주유 기프티콘을 약 20만원에 판다는 글을 보고 구매 의사를 밝힌 뒤 돈을 보냈지만 판매자가 대금을 받고 잠적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박씨는 “요새 기름값이 많이 올라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산 건데 사기를 당하니 말문이 막힌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문제는 기름값 폭등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없단 점이다.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최대 폭인 30%로 확대하고 화물차·버스·택시 등에 적용하는 유가 보조금을 확대했지만, 국제유가 상승 폭이 더 커 소비자 체감효과가 없다.
기름값은 한동안 계속 올라 소비자들의 고통도 더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고유가시대엔 소비자들이 자차 대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하고, 이동을 자제하면서 견뎠지만 “최근엔 견딜 방법을 뚜렷히 찾기 어렵게 됐다”면서 “과거 고유가시대에 잘 오르지 않던 경윳값까지 오르면서 운송업계 종사자들의 고통은 특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