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울진·강원산불이 발생한 지 8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산불 피해가 지난 2000년 고성산불 피해를 넘어 역대 최대 피해규모를 기록하게 됐다. 주불 진화까진 시일이 더 필요한 상황이어서 피해면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산림·소방당국은 이날도 특전사 등 군 특수부대와 특수진화대 등 진화인력과 미군 헬기를 비롯한 진화장비를 총 투입해 금강송 군락지 방어와 주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수그러들줄 모르는 강한 화세와 넓은 화선, 험준한 지형 탓에 진화는 여전히 난항이다. 이달 13일과 14일 이틀간 비 예보가 있어 강수량에 따라 ‘완전 진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울진삼척 산불 8일째인 11일 육군 제50보병사단과 제2신속대응사단 황금독수리여단 장병들이 경북 울진군 응봉산 일원에서 잔불 정리작전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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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산림청장은 11일 산불현장지휘본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날 응봉산에 70여대의 헬기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펼쳤다”며 “현재 응봉산 지역에 화세를 조금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최 청장은 “금강송 군락지인 소광리 일대는 지상진화대와 특전사, 해병대 등 860명의 인력을 투입해 잔불 정리했다”며 “소광리 일대에 1차로 인력을 통한 방어선을 구축하는 동시에 임도를 확장해 소방차 81대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500ℓ 담수 능력이 있는 수리온 헬기 1대도 소광리에 배치해 산불 재발 시 즉시 진화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며 “응봉산 지역이 돌산이라 진화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른 산과 비교할 때 3배 정도 물을 쏟아부어야 진화 효과가 날 정도다”라고 했다.
달궈진 돌 탓에 일반적인 양의 물로는 불을 제압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최 청장은 “우선 화세를 누그러뜨린 뒤 엄정한 선발 과정을 거친 전문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며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에 걸쳐 약 5∼10㎜의 비가 올 것으로 보고받았고 그 정도면 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소방·산림당국은 이번 주 일요일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울진 산불의 주불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당국은 효율적인 헬기 운영을 위해 덕구온천 2곳, 불영사 1곳, 죽변활주로 1곳, 국궁장 1곳, 생태관리센터 1곳, 사곡리 1곳, 오토캠핑장 1곳 등 총 8곳에 각각 4만ℓ가 담긴 이동저수조를 설치했다. 산불 구역이 확대돼 울진·삼척 화선 길이는 60㎞에서 68㎞로 늘어났다. 진화율은 80%로 전날 75%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 울진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경찰청 소방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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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울진에서는 당국이 소방력을 총동원해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를 보호하고 응봉산 산불 진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삼척산불은 산 정상에서 불이 여러 갈래로 번지면서 주불을 잡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날 65%까지 떨어졌던 진화율은 이날 80% 정도까지 높아졌으나 넓고 긴 화선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형 때문에 진화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울진에 집중된 헬기와 장비도 삼척산불의 진화를 더디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오후 뒤늦게 헬기 10여대가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해가 지면서 주불을 잡지 못한 채 철수했다. 야간진화체제로 전환한 삼척산불은 날이 밝는 대로 주불 잡기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지만 울진산불과 마찬가지로 이번 주말 내리는 비의 양에 따라 완전 진화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울진·삼척·동해·강릉 등 울진·강원산불로 피해를 본 면적은 서울(6만524㏊) 면적의 약 40.1%에 달하는 2만4291㏊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0년 강원 강릉·고성산불(2만3794㏊) 피해 면적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중대본은 울진·강원산불 진화를 위해 미군 헬기 5대를 도움받아 투입했다고 했다.
| 11일 강원 삼척시 덕풍계곡에서 산불 확산에 따른 짙은 연기가 관측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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