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정부의 `10·29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0여일이 지나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재건축 단지는 최고 2억원까지 빠졌고 일반 중대형 평형도 4000만~5000만원 하락한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본지 부동산팀은 10일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향후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긴급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조사 결과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과거 정부의 대책 발표 후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것과는 달리 장기간 하락세가 유지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강남권 하락세가 상당기간 지속돼 강남에 아파트를 사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강남 불패 신화’는 끝났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전방위적인 압박 전략에 상당기간 약세
과거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것은 분양권·재건축·주상복합·일반아파트 등 상품별로 나눠서 대응했기 때문. 가령 분양권을 규제하면 재건축이 뜨고 재건축을 규제하면 기존 아파트가 치솟는 식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거래세(취득·등록세)는 물론 보유세(재산세·종토세)를 올리는 세금 대책을 발표하자,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키는 효과가 발생했다. `스피드뱅크` 안명숙 부동산연구소장은 "강남에 아파트를 투자해도 시세차익이 세금으로 대부분 환수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수요가 대부분 빠져나갈 것"이라며 "강남은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 최고 20%까지 하락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은 최대 20%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과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강남 재건축은 20%, 일반아파트는 10%, 안명숙 소장은 강남 재건축은 10%, 일반아파트는 2~3%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일반 아파트에 비해 재건축 낙폭이 클 것이라고 전망한 근거는 재건축아파트가 실수요자보다 투자수요가 많다는 점.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재건축 소유자 상당수는 일반 아파트를 갖고 있는 1가구 다주택자들"이라며 "보유세·양도세 중과세로 다주택 보유자들이 재건축아파트부터 우선적으로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감정원 곽기석 팀장은 "재건축이 당장 약세를 보여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급매물을 구입하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북권은 정부 규제를 비켜가는 데다 뉴타운개발 등 호재가 있는 만큼 약보합세로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경기회복도 변수
설문조사에 응한 7명 중 6명의 전문가들은 상당기간 강남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되살아 나기 어렵다고 답했다. 주공연구소 김용순 연구위원은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로 강남 불패신화는 사실상 종언을 고할 것"이라며 "전체 주택시장이 이미 꼭지점을 지났거나 근접했기 때문에 3~4년간 가격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보유세·양도세 인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집값 하락세가 상승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김희선 전무는 "양도세 중과세나 주택거래 신고제와 같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집값이 다시 폭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향후 주택시장의 변수로는 금리인상, 경제회복 속도, 분양가 규제여부가 꼽혔다. 김영진 사장은 "경기가 빠르게 회복된다면 주택가격도 다시 반등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주택공개념이 도입되고 금리가 오른다면 주택시장 약세는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