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인공지능(AI) 훈풍을 타고 세력을 넓히고 있다. TSMC는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공장 추가 유치를 검토하며 AI 수요에 누구보다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근무강도가 높고 경직된 대만 제조업 문화 특성상 미국 근로자들과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동서양의 기업문화 차이는 이들의 과제로 남아 있다.
|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본사 1층 로비.(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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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현재 자국을 비롯해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구마모토, 독일 드레스덴에 공장을 두고 있다. 1공장을 완공한 미국 공장은 현재 2개 공장을 더 건설 중이며 최근 3공장 추가 건설을 확정했다. 일본 정부와 손잡고 지은 구마모토 1공장은 20개월 만에 완공하며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일본 2공장은 2027년 말 가동할 계획이다.
TSMC가 동아시아와 미국 다음으로 눈여겨본 대륙은 바로 유럽이다. TSMC는 독일 드레스덴에 109억달러(약 14조9300억원)를 투입해 지난 8월 유럽 첫 공장을 착공했다. 유럽 지역에서 AI 차세대 반도체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투자다. TSMC는 최근 유럽에 추가로 반도체 공장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암시하며 외연 확장에 돌입했다.
TSMC는 ‘반도체 겨울론’이 무색하게 호실적을 이어가며 AI 반도체 시장의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TSMC는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고 14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AI 반도체와 범용 반도체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삼성전자(005930),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연달아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TSMC는 홀로 날아오르고 있지만 경직된 조직문화는 외연 확장에 있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TSMC는 대만 특유의 상명하달식 기업 문화와 새벽 출근 등으로 유명하다. TSMC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조차 업무 강도가 높은 탓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유연하고 수평적인 미국인이 적응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 근로자들이 애리조나 피닉스 TSMC 공장을 떠나며 경영진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피닉스 공장은 올해부터 4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직원들이 떠나면서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대만언론 자유시보는 “미국 근로자들이 대만에서 통했던 모든 관행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TSMC가) 직면한 어려움이 예상보다 훨씬 컸다”며 “문화적 차이, 노동력 부족, 높은 제조 비용, 불확실한 이윤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환경과 문화에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미국 공장의 활성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