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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분열·방위비 압박·우크라 지원 축소 등 안보 우려↑
EU 내부시장 책임자인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은 지난 9일 유럽의회 관련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을 만나 ‘유럽이 공격받으면 미국은 결코 도움을 주거나 지원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미 아이오와주에서 15일에 치러지는 공화당 첫 경선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가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많은 EU 관료 및 외교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와 별개로 EU가 자체적으로 방어 능력을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민감함 시기에 갑작스럽게 나온 회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브르통 위원의 발언이 사실인지, 즉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그러한 발언을 했는지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CNN은 설명했다. EU 안보에 대한 미국의 역할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견해를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나토 방위비를 삭감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으며, 방위비 부담과 관련해선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내야 한다고 강력 압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나토의 적으로 간주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칭찬하는 등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유럽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것이란 믿음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역사적으로 동맹이라는 인식을 송두리째 뒤집어놨다. 아직 당선이 되기 전인 지금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화당의 지원 삭감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코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에 대한 지원은 유럽에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최우선 과제다.
EU의 한 고위 외교관은 CNN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 미국이 항상 유럽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EU 수입품에 돌발 관세 폭탄…무역분쟁 재발 가능성도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의 이안 본드 부소장은 “유럽인들이 미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아무리 디리스킹을 해도 보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가 유럽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의 새로운 현실이 유럽으로 하여금 자기 성찰을 하도록 만들었다면서, 유럽은 과거와 달리 미국에 의존할 수 없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EU 외교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침착함을 유지하고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책이라고 간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EU 관계자는 “과거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대응하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EU 외교관은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그 결과를 짊어질 곳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다. 우리는 성숙하게 대처하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CNN은 EU가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