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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다음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본이득세 인상(20%→39.6%)과 관련해 이같이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뉴욕증시 랠리를 주도한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을 포함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 펀더멘털 이상으로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애플은 지난해 90% 넘게 올랐고 테슬라는 지난해 4월 이후 400%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악재라며 매도 움직임이 단기에 그치리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월가는 세부 내용이 공개되기까지 일단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투매 이어져 랠리 찬물” Vs “단기 매도 그칠 것”
월가는 자본이득세 인상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본이득이 연간 1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억2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자본자산 거래에서 얻는 양도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인 만큼 월가에겐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MAI캐피털매니지먼트의 크리스 그리산티 최고 주식전략가는 “악마는 세부 사항에 있을 것”이라며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될 것인지, 내년부터 시행될 것인지,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 등 모든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세금이 오르고 있으며,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지출한 모든 돈에 대해 우리가 부분적으로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UBS의 케이스 파커 미국 주식 전략책임자는 “시장의 투자심리를 훼손하고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촉발한다”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에 7% 가량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잭 앨빈 크레셋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만약 이 계획이 내년 법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과세 대상 투자자들은 올해 주식을 내다팔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번 증세 계획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세를 펼칠 때부터 공개됐던데다, 시장에서도 오랜 기간 예상했던 만큼 매도 움직임이 나타나더라도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세금 인상률이 알려진 것처럼 두 배 가까이 뛰지 않고 좀 더 낮은 수준에서 절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자본이득세 인상 전에는 주가가 하락하고 주식 투자 배분이 줄어드는 등 모멘텀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그 어떤 주식이라도 매도는 단기간에 그치며 이후 여러 분기에 걸쳐 반등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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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發 급등 종목 타격 우려…애플·테슬라 등 빅테크도 포함
개별 섹터·종목별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눈에 띄게 상승한 종목들이 단기 매도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의 스티브 치아바론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자본이득이 많이 내재된 종목들이 자본이득세 인상에 가장 취약하다”며 지난해 급등세를 보였던 대형 기술주들이 증세 압박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패션회사 갭, 엘브랜즈, 전자상거래회사 엣시 등 지난 1년 동안 2배 이상 뛴 종목들도 취약 종목으로 꼽았다. 이날도 미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가 일제히 1% 가까이 하락했고 특히 장기 투자자들이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성장주들이 타격을 입었다. 테슬라와 아마존 주가는 각각 3.3%, 1.6% 떨어졌고, 애플이 1%, 페이스북이 1.5% 각각 하락했다.
한편 자본이득세가 인상되고 단기 매도세가 잦아든 뒤엔 배당주 매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NFJ인베스트먼트그룹의 번스 맥킨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적격 배당소득의 최고세율은 20%여서 자본이득세가 더 높아지면 배당주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