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코로나 중증 환자용 이동형 음압병동 개발

남택진 교수팀, 중환자용 이동형 음압병동 개발
한국원자력의학원에 병동 설치해 시범 운용
  • 등록 2021-01-07 오후 1:00:00

    수정 2021-01-07 오후 1:00:0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코로나19로 중증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음압 병상 부족 사태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이동형 음압병동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음압병동은 중증 감염병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시설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단이 지난해 7월부터 한국형 방역패키지 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연구해온 ‘이동형 음압병동(이하 MCM)’을 개발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고 7일 밝혔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설치된 MCM 외경.(사진=한국원자력의학원)
산업디자인학과 남택진 교수팀이 개발한 MCM은 고급 의료 설비를 갖춘 음압 격리 시설로 신속하게 변형하거나 개조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 진단검사·영상의학·의료물품 공급·의무기록 관리와 환자 식사 제공 등 기존 병원의 인프라와 함께 활용해야 한다.

연구팀은 작년 12월 28일부터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국원자력의학원에 4개의 중환자 병상을 갖춘 병동을 설치한 후, 의료진과 일반인으로 구성한 모의 환자그룹을 대상으로 의료 활동과 환자 일상 등 치료 전 과정을 점검하는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다. 시뮬레이션 작업은 이달 15일까지 진행된다.

KAIST는 시뮬레이션 기간 중 의료진과 환자의 사용성·안정성·만족도 등을 임상 검증한 후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KAIST가 개발한 MCM은 약 450㎡(136평) 규모로 가로 15m x 세로 30m 크기다. 이 MCM은 음압 시설을 갖춘 중환자 케어용 전실과 4개의 음압병실, 간호스테이션 및 탈의실, 각종 의료장비 보관실과 의료진실로 꾸며져 있다.

음압 프레임·에어 텐트·기능 패널 등의 시설을 갖춘 MCM은 부품을 조합해 신속하게 음압 병상이나 선별진료소 등으로 변형 또는 개조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중환자 병상을 음압 병상으로 전환하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MCM이 본격 상용화되면 코로나19 중환자용 음압 병상 부족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컨테이너나 텐트 등을 활용해 짓는 기존의 조립식 감염 병동은 건설과 장비 확보에 비용이 많이 들고, 기능적으로는 임시 수용 시설에 불과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중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전문적인 의료 시설로 사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남 교수 연구팀은 안전한 음압 환경을 형성하는 독자적인 기기인 ‘음압 프레임’을 설계하고 이를 ‘에어 텐트’와 연결하는 모듈형 구조에 접목해 최소한의 구조로 안정적인 음압병실을 구축할 수 있는 MCM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음압 프레임이 양방향으로 압력을 조절해 두 에어 텐트 공간을 효과적으로 음압화하는 원리다. 텐트에 ‘기능 패널’을 조합해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 설비나 기본 병실 집기를 구축할 수 있다. 또 모듈 조합을 통해 음압병동 및 선별진료소, 음압화 중환자 병상, 음압화 일반병실 등 목적에 맞는 의료 시설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전실과 병실로 구성된 MCM의 기본 유닛은 모듈 재료가 현장에 준비된 상태에서 15분 이내에 설치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이밖에 기존 조립식 병동으로 증축할 경우와 비교할 때 약 80%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연구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감염병 사태 이후 보관이 어려운 기존 조립식 병동과는 다르게 부피와 무게를 70% 이상 줄인 상태로 보관할 수 있어 군수품처럼 비축해놨다가 감염병이 유행할 때 빠르게 도입해 설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모듈화된 패키지는 항공 운송도 가능해 병동 전체의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

다년간의 사용자 중심 시스템 디자인 노하우를 보유 중인 남택진 교수 연구팀은 환자·의료인 등 실사용자를 위해 기능성·경제성·효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안전한 음압병동 개발을 목표로 작년 7월부터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해왔다.

사용 편의성·감성적 경험 및 독창성 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입원 치료 환경 구축을 위한 의료 자문을 포함, 의료진과의 협력을 통해 감염 치료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등 음압병동 디자인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현장에서 확립하는 연구도 동시 진행했다.

그 결과, 의료 활동과 환자의 일상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능 패널 아이디어와 옥외 주차장·공터·실내 체육관 등 기존 병원의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병동 구축을 통해 기존 의료자원과 연계하는 모듈러 시스템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남 교수 연구팀은 특히 한국원자력의학원 의료진들과 공동으로 이동형 감염병원 표준 운영 절차를 개발해 감염병 대응 과정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한편 이동 음압병동을 처음 운영하는 의료진들의 현장 활용도를 높였다.

조민수 한국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부장은 “코로나 대응에 있어서 환자와 의료진이 안전한 환경에서 중증 환자 치료까지 이뤄지도록 설계·제작했다”고 했다. 조 부장은 이어 “국내외 확대 보급 시 원자력의학원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동이 의료진 교육훈련센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 총괄을 맡은 남택진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MCM은 병동 증축을 최소화하며 주기적으로 반복될 감염병 위기에 필수적인 방역시스템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며 “세계 최초로 개발한 MCM의 하드웨어와 운용 노하우를 향후 핵심 제품으로 추진하고 수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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