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브라질의 유명 수집가 딸이 심령술사들을 동원해 1억4200만달러(약 1850억원) 상당의 집안 재산을 탈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경찰이 제네비스 보히치가 빼앗긴 타르실라 두 아마랄의 대표작 ‘일출’(Sol Poente)을 발견했다. (사진=@jornalodia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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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경찰의 수사 결과 2015년 사망한 유명 수집가 장 보히치의 아내 제네비브(82)가 딸 사빈(48)에게 총 1억4200만달러 상당의 미술품과 보석, 현금을 갈취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네비브는 2020년 말 심령술사들로부터 “(딸인) 사빈이 곧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심령술사는 이후 예언의 실현을 막으려면 ‘영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제네비브를 협박하며, 막대한 돈과 보석을 탈취했다. “그림에 불길한 기운이 있다”며 미술품 16점도 빼앗았다. 제네비브가 재산을 넘기기 거부하자 그를 몇 달 동안 집에 감금하고 학대하기까지 했다.
제네비브는 약 1년 뒤에야 사빈이 범행을 주도한 사실을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빈은 모친의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심령술사들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심령술사의 자택에서는 제네비브로부터 빼앗은 미술품 16점 가운데 11점이 발견됐다. 나머지 5점은 상파울루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갤러리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되찾은 미술품 11점 가운데 1점은 브라질 국민 화가 타르실라 두 아마랄(1886~1973)의 대표작 ‘일출’(Sol Poente)로 확인됐다. 이는 추정가치가 5910만달러(약770억원)에 달하는 유명 작품이다. 현지 경찰관인 길베르토 리베이로는 “침대를 뒤집자 공범자 한 명이 놀란 듯 욕설을 내뱉었다”며 “라틴아메리카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을 되찾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범행에 가담한 7명 가운데 사빈과 3명은 횡령과 강도, 무단 감금 등 5개 혐의로 체포됐다. 나머지 3명은 도주한 뒤 종적을 감춰 경찰이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