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관 이용기(1870~1933) 선생이 쓴 근대 최초의 요리책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에 나와 있는 여섯 글자이다. ‘쌀을 100번 씻고(백세)’, ‘며칠 동안 물에 담갔다가 찌고(침숙)’, ‘차게 담그는 것이 좋다(대냉)’는 의미로 예부터 전해 내려오던 좋은 술 만드는 비법을 기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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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산업일반단지 내 국순당연구소가 입주한 건물 9층에 도착하니 복도에서부터 막걸리와 전통주가 섞인 술 냄새가 진동했다. 신 소장은 “전통주든 와인이든 맥주든 좋은 술은 결국 좋은 향을 내야 하는데 고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좋은 향을 내는 비법을 알아냈다”며 “올해 회사 창립 50주년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 보자고 시작했는데 전통주 복원에 의미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소가 도출한 ‘백세 침숙 대냉’의 과학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쌀의 표면에 많은 단백질과 지방이 잡미를 일으킨다. 100번가량 세척하면 잡미가 사라진다. 씻은 쌀을 오래 담그면 공기 중 미생물이 들어가 번식하는데 이 과정에서 산(酸)을 내고 쌀이 부푼다. 유산균에 의해 화학적으로 분해된 쌀을 찌면 매우 부드러워지고 당 농도가 높아진다. 이 상태에서 저온 발효하면 좋은 향이 난다는 것이다. ‘산가요록(1450년대)’, ‘수운잡방(1540년대)’, ‘정조지(1800년대)’, ‘양주방(1830년대)’ 등 고서에도 비슷한 제법이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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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를 복원하는 데는 장인의 비법이 가장 중요할 것 같지만 신 소장은 과학자의 입장으로 접근하고 있다. 신 소장은 “와인은 수백년 역사를 이어 오며 비법이 전수됐지만 우리 전통주는 조선시대 금주령과 일제 강점기 자가양조 금지령을 거치며 명맥이 끊겼다”며 “구전으로 이어져 오는 복원도 의미있지만 저는 고서에 나와 있는 힌트를 바탕으로 현대의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검증하고 재현하는 쪽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술 제조가 학문 분야로 인정받아야 전통주 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바랐다. 해외에서는 와인을 중심으로 한 ‘외놀로지(Oenologie·양조학)’가 당당히 학문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UC Davis) 등 명문대에도 양조학과가 설치돼 있다.
신우창 국순당연구소장…
△1968년생 △경북대 대학원 미생물학과 졸업(이학박사) △국순당연구소장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전통주소믈리에 위원회 위원장 △한국농수산유통공사 식품산업발전 자문위원 △한국균학회 부회장 △한국생명과학회 부회장 △식약처 유해물질저감화 협의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