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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세 번째 백신 ‘코비박’은 글로벌 수출 절차를 밟고 있다. 러시아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비박 코로나19 백신의 사전적격성평가(PQ)를 신청했다. 코비박은 임상 2상에서 92%의 예방효능을 보고했고 이달부터 3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코비박도 전통적인 백신 제조 방식의 불활성화 백신으로 제조공정이 복잡하지 않아 국내 업체들이 생산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불활성화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해 복제 능력을 조절한 후, 바이러스 자체를 인체에 주입해 체내에서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국내에서는 코비박의 국내 위탁생산과 아세안 국가 판매를 위해 특수목적법인 쎌마테라퓨틱스 주도로 휴먼엔, 윌바이오텍 등이 합류하며 엠피코포레이션(MPC)이 설립됐다. CMO를 맡을 회사로는 GC녹십자가 거론됐다. 실제로 추마코프 연구소 관계자들은 지난 3월 GC녹십자의 오창 공장, 화순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6월초쯤 절차 진행을 위한 2차 방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MO를 맡은 일부 업체들에게 법적·재정적인 문제가 생기면서 대량 생산과 수주가 지연되고 있다.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의 경우 한국코러스와 이수앱지스는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을 완료했지만, 또다른 원액(DS) 생산 업체인 바이넥스는 아직 기술이전 전이다. 바이넥스는 불법제조 문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조사를 받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테마가 컨소시엄에 새로이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한국코러스와 제테마 관계자는 “초기 검토 단계로 정해진 바 없다”고 일축했다.
식약처의 스푸트니크V 백신 사전검토로 인해 러시아 백신의 국내 공급 논의도 급물살을 탔지만 국내 공급은 또 다른 문제다. 현재 러시아 백신을 생산 중인 CMO 업체들은 수출용으로 생산 중이기 때문에 GMP 인증 없이도 생산이 가능하지만, 내수용 생산을 위해서는 GMP 생산시설을 갖춰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출용은 국내 GMP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내수용 공급을 위해서는 품목허가 단계에서 GMP 자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 CMO 업체 관계자는 “백신 생산을 위해서는 기존 생산라인을 없애고 백신 생산라인을 구축하거나 백신 생산공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데 업체들에게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국내 공급을 위해서는 기존 GMP 시설을 백신 시설로 바꿔도 GMP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추가 수주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