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1 아시나요?"..틀에박힌 토론 깬 朴대통령의 '돌발질문'

  • 등록 2014-03-20 오후 6:40:16

    수정 2014-03-20 오후 6:40:1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에는 기업인, 전문가,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 등 160여명이 참석했다.

다양한 분야의 참석자들이 모인 데다 회의 전체가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만큼 당초 청와대는 발언 순서와 내용을 미리 정해뒀다. 민간 참석자 몇 사람의 발언이 끝나면 정부 관계자들이 답변을 하고, 다른 참석자가 발언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사실상 ‘시나리오’가 짜여져 있었던 셈이다.

자칫 틀에 박힌 토론이 될 뻔 했던 이날 회의를 ‘끝장토론’답게 만든 것은 박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토론 도중 수시로 마이크를 잡고 ‘돌발질문’을 던져가며 생생한 토론을 유도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답변을 하느라 진땀을 빼는 참석자들의 모습은 TV를 통해 그대로 전달됐다.

“잠깐만요” 돌발질문에 참석자들 진땀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 직후 김종석 홍익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는 토론 내용을 경청했다. 애로사항 해소에 대한 건의가 나오면 메모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대통령이 토론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건 회의가 시작된 지 1시간쯤 지나서였다.

이지철 현대기술산업 대표이사가 제기한 각종 인증제도 문제점에 대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관련 개선 방안을 설명하는 도중 박 대통령은 “잠깐만요”라고 말하며 끼어들었다.

박 대통령은 윤 장관에게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를 올려 관계되는 분들이 인증에 대해 훤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윤 장관이 “현재 인증관련 콜센터 ‘1381’을 개통했다”고 보고하자 박 대통령은 “그런데 1381을 많이 아시나. 모르면 없는 정책과 같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이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하고 머쓱해하며 미소를 짓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그와 관련해 정책 포털을 구축했다. 기업하시는 분들이 들어가서 어떤 검사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는 걸 분야마다 쉽게 수혜자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유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딘 ‘손톱 밑 가시 뽑기’ 강하게 질책

박 대통령은 정부의 ‘손톱 밑 가시’를 뽑는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는 데 대해선 관계 부처의 ‘책임’을 언급하며 질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 공동단장인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에게 “추진단에서 ‘손톱 밑 가시’ 개선을 추진했는데 아직도 90개가 해결을 못보고 있다. 이른 시일에 완료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라고 물었다.

송 부회장이 “관계부처가 실무적으로 회의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월1회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한다. 90건뿐 아니라 추가적 손톱 밑 가시 제거를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추진하겠다”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추진이 완료 안 됐으면 큰 문제다. 관계부처도 책임을 같이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은 책임자가 아닌 실무자인 최우혁 민관합동규제개선전략 팀장까지 불러일으켜 질문을 이어갔다. 발언 기회가 없을 줄 알았던 최 팀장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못하면서 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 관계 부처도 책임이 있는 만큼 언제까지 이것을 풀겠다는 보고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손으로 머리 가리키며 “창의적으로 해결하라”

‘손톱 밑 가시’를 둘러싼 토론의 불똥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에게로 튀었다. 김 실장이 추진이 더딘 이유를 보고하면서 “규제를 푸는 편익보다 규제를 해야 하는 편익이 큰 경우가 일부 있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그럼 우리가 (‘손톱 밑 가시’ 규제로) 선정을 왜 했나. 할 수 없는데…”라고 반박했다.

김 실장이 생닭 비포장 판매 등 위생상 문제 등 때문에 ‘손톱 밑 가시’ 뽑기가 불가능한 사례를 언급하자 박 대통령은 “위생상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위생상 문제를 해결하면서 쉽게 답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고 조금만 노력하면 문제도 해결하고 쉽게 답을 할 수 있다. ‘손톱 밑 가시’를 그런 방향으로 빼면 위생문제도 지키고 또 장사하는 분들도 소원을 푸는 거 아닌가”라고 질책했다.

“일자리 막는 건 죄악”

박 대통령은 “현실에도 안 맞는 편견으로 인해서 청년들이 많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다 막는 것은 거의 죄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술 원수’ 등으로 표현했던 것에 이어 이번에도 ‘죄악’이라는 강한 단어가 등장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이지춘 한승투자개발 이사가 학교보건법 때문에 학교 옆 관광호텔 건립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건의한 데 대한 답변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내 아들딸이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 가서 잘 지냈으면 하는데 이런 쓸데 없는 규제들, 또 잘못된 시행령 때문에 콱콱 막히면 부모 입장에서 화가 난다. 과연 이런 시행령이 지금 시대에 맞나. 이것이 과연 일자리 원하는 청년들이나 직업 구하려 애쓰는 수많은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꾸 이슈화시켜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냥 이게 안되니까 어떻게 하냐고 하지 마시고 이슈화 시킬 거는 이슈화시키라. 국민의 옳은 판단이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풀어야지 그냥 할 수 없다고 하면 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실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선 “쓸데없는 규제를 만들면 ‘이러다가 우리 동네는 투자가 끊어지겠구나’ 느낄 정도로 하면 좀 효과적이지 않을까”라며 “정부가 모든 것을 잘해보려 해도 손이 못 미친다. 민관도 같이 힘을 합해서 어떻게든지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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