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포럼]"여성에게 일을 선택할 기회를 달라"

여성과 기업-여성 인재 경영 패널토의
  • 등록 2012-10-18 오후 4:32:36

    수정 2012-10-18 오후 4:32:36

[이데일리 김유정 박보희 기자] “여성을 반드시 선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선발되기 위한 경쟁선에는 남녀가 동등하게 후보가 되야 한다는 겁니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는 18일 이데일리가 주최한 제1회 세계여성경제포럼(WWEF)에서 ‘여성과 기업-여성 인재 경영’ 패널 토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피오리나 전 대표는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HP에 입사했을 당시 HP는 좋은 회사였지만 동시에 하락세를 걷고 있었다”며 “성장률은 20% 수준으로 굉장히 낮았고, 수익성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 임원들은 없었고 다양성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피오리나가 시도한 것은 ‘리더십 개발’. CEO로서 인재를 파악해 인재들에게 멘토링(mentoring) 기회를 제공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특정 시점, 특정 직책이 되면 반드시 여성후보자(mentee)를 한 명 이상 두도록 강제했다.

특정 직책에 선임할 적임자를 선발할때 여성을 선발하도록 하진 않았다. 다만 그 후보군에 여성과 남성이 모두 고려되는 환경을 만들자는데서 출발했다. 피오리나 전 대표는 “HP CEO로 선임된 당시 사내 여성 임원은 단 한명이었지만 5년후 절반이 여성으로 구성됐다”며 “동등한 기회를 줬을 때 그 기회를 획득하는 것은 순전히 후보자들의 몫이었고, 여성들이 그 절반의 기회를 따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동등한 후보로 여성들을 참여시킨 것이 기존의 임원진인 남성들이 진 리스크(risk)라면 여성들 역시 리스크를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경험이 없는데요”라고 하기 전에 여성 역시 경험이 부족함에도 리스크를 기꺼이 질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여성을 적절히 활용한 기업이나 국가가 성공적이라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확고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춘(Fortune)지에 따르면 전 세계 500대 기업중 여성임원이 많은 회사들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2011년에 걸친 조사에서 여성 임원을 적절히 배치한 기업의 자본수익성(ROE)이 50% 이상 높았다.

이에 대해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와튼스쿨 교수는 “갈릴레오가 지구가 해 주위를 돈다고 했을 때 감옥에 갇혔던 것처럼 무엇이 옳으냐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한 명 한 명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여성들이 자신들이 가진 스킬(skill)로 주변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얘기다.

쉬리 새비지 씨티은행 아태지역 핵심인재 및 다양성 관리본부장도 씨티그룹이 여성 인재 발굴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그는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라며 “씨티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 직원 비중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태국의 경우 씨티 전직원중 75%가 여성, 한국의 경우 48%가 여성이다. 새비지 본부장은 “다만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중은 줄어든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에서 대학들과 손잡고 금융교육 프로그램 을 운영하는 등 여성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가렛 키 버슨-마슨텔러코리아 대표와 민희경 CJ그룹 HR총괄 및 인재원 원장은 자사의 여성 배려 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키 대표는 “과거 현대차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며 “여성 상관을 모셔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키 대표는 이후 외국계 홍보회사인 버슨-마슨텔러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현재는 많은 여성 직원들과 근무중이다. 그는 “버슨-마슨텔러코리아는 ‘일하는 엄마(working mom)들이 아주 많다”며 “한달에 한번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등 육아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민희경 CJ 원장도 “CJ는 예기치 못하게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할 상황이 닥칠 직원들을 위해 놀이방을 운영하고 있다”며 “보육인에게 맡길 수 없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편하게 아이를 돌봐줄 누군가가 워킹맘들에게는 절실하다는 점에 착안, 이를 회사 정책상에 반영해 놀이방을 운영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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