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북한이 대남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접경 지역 주민들이 귀신 소리, 동물 소리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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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뉴스1에 따르면 최근 김경일 파주시장은 임진각 민방위 대피소에서 ‘이동 시장실’을 열고,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일대에 사는 통일촌·해마루촌·대성동 주민을 만났다. 이동 시장실은 남북한 대치 속에서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듣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한 고령 주민은 “수면제와 진정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 귀마개를 했더니 귀가 짓물러 염증이 생겼다”며 “정부 관계자들은 이곳에 와서 하룻밤만 지내봐야 한다. 너무 고통스럽다. 제발 살려 달라”고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주민은 “이전 대남확성기는 사람들의 말소리였지만 이번에는 기괴한 소음으로 고문하면서 정신병마저 생길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방음벽 설치, 잠을 잘 수 있는 임시거처 마련,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대남확성기 방송은 지난 9월 28일부터 현재까지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들어본 대남방송 중 소음 강도가 가장 세다고 하며 여우·들개·까마귀 등 동물의 울음소리부터 쇠뭉치를 긁는 듯한 소리, 귀신 소리 등이 들린다고 한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금 파주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생명과 안전이 모두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위험구역 설정에 따라 확보하게 된 지자체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대북전단 살포행위 적발과 단속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16일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파주·연천·김포 등 3개 시군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살포 행위자들에게 출입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불응할 경우 강제 퇴거,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