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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칠상팔하’ 관례는 통상 공산당 최고 지도층인 상무위원(7명), 정치국원(25명) 등에 적용된다. 이에 10월 16일 개막될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리커창 총리, 류허 부총리 등 경제 핵심라인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관례에 따르면 상무위원 중에는 시 주석을 제외한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72), 한정 부총리(68) 등 물러나야 한다. 상무위원이자 중국의 2인자인 리커창 총리는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엔 68세가 되지만 올해는 기준선에 걸려 있다. 그는 이미 3월 양회 기자회견에서 총리직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했던 만큼 이에 큰 이변이 없는 한 다른 자리로 이동하거나 퇴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리 총리는 한 때 시 주석의 최대 정치 라이벌이었다. 시진핑이 지난 2007년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열 6위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돼 서열 7위의 상무위원인 리커창을 간발의 차로 제치기 전까지 두 사람은 차기 지도자로 손꼽혀왔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최고지도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다 2010년 시진핑이 당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선출되면서 리커창과의 선두 경쟁은 마무리됐다.
리 총리는 시 주석의 절대 권력 속에 존재감이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중국의 경제가 충격을 받으면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들어 리커창 대망론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수그러든 상태다. 일각에서는 리 총리가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리펑(李鵬) 전 총리가 부총리, 총리를 거쳐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리 총리의 후임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현재로썬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유력하다. 부총리 4명 가운데 후 부총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이 은퇴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 부총리가 후진타오 전 주석의 후계자로 꼽힌다는 점에서 시 주석이 자신의 측근을 이번에 부총리로 앉힌 후 내년 리 총리의 퇴임에 맞춰 교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임 부총리는 놓고 경쟁할 인물로는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 서기,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서기처 서기, 리창(李强) 상하이시 당 서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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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경제책사’로 불렸던 최측근 류허 부총리의 거취도 관심을 모은다. 류 부총리는 시 주석과 중학교 시절부터 오랜 친구로 알려졌다. 그는 인민(런민)대 공업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시턴홀대에서 경영학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며 시장경제에도 정통한 인물이다. 지난 2003년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으로 임명된 후 주룽지, 원자바오, 리커창 등 3명의 총리 밑에서 중국의 경제 개혁 초안을 마련했다. 2020년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 측 대표를 맡기도 했다.
류 부총리 후임으로는 올해 67세인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 점쳐지고 있다. 허 주임은 시진핑이 푸젠성 성장을 지냈을 그의 참모로 일했던 측근으로 꼽힌다.
앤드류 배트슨 기브칼 드래고노믹스 디렉터 연구원은 “시 주석이 권력을 꽉 잡고 있는 만큼 후임이 누가 되었든 간에 류허와 같은 수준의 개인적인 권위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명보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경험이 풍부한 노장을 중시하는 시 주석의 인사노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왕치산 부주석도 2017년 당대회에서 당시 69세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난 이후 이듬해 3월 국가 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해 주목을 받았다. 왕 부주석은 현재 상무위원은 아니지만 시 주석의 측근으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이밖에 이강 인민은행 총재, 궈슈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류쿤 재정부장 등 경제라인도 대거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 후임으로는 공성 인민은행 부총재와 인용 전 인민은행 부총재가 거론된다.
신임 총리와 부총리는 이번 당대회 마지막날에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나머지 장관급 경제 관료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승인을 받고 나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고 청년실업률이 20%에 육박하고 있으며 제로(0) 코로나’ 정책으로 기업과 가계의 신뢰가 크게 떨어져 있다”면서 “중국이 차세대 경제 사령탑에 경험 있는 관료들을 기용해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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