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치료하려 찾은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많은 환자들은 말문이 막힌다. 어려운 약 이름에 익숙하지 않고 복용약이 한두개가 아닌 고령환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60세 이상 인구 중 66%는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
병용금기 의약품 성분이 23종(국내 허가 기준), 제품으로 치면 500개에 달하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국내 도입되면서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정확한 과거 처방기록을 알고자하는 수요는 더 커졌다. 만약 병원들간 환자의 진료기록 공유가 이뤄진다면 어땠을까? 의료 마이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에비드넷의 조인산 대표이사는 이 같은 의료진과 환자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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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경기 성남시 에비드넷 사무실에서 만난 조 대표는 연내 자신의 건강기록을 토대로 팍스로비드 복용 가능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이 서비스가 추가되는 곳은 지난해 출시한 에비드넷의 스마트진료 애플리케이션(앱) ‘메디팡팡’이다.
지금도 카카오. 페이코 등의 공동인증서로 인증하면 메디팡팡에서 20개 종합병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환자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제휴 병원을 확대해 자신의 투약기록부터 혈압 등 개인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모두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다. 팍스로비드 처방안내 서비스는 그 시작이다.
왜 진작 이런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을까? 사실 수년전부터 유사한 시도는 꾸준히 이뤄졌지만 매번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의료데이터를 절대 유출돼서는 안 되는 금기로 여기는 법과 의료사회 분위기, 병원마다 다른 전자의무기록(EMR) 프로그램이 걸림돌이었다. 2020년 ‘데이터3법’이라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개인정보 유출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와 제각각인 EMR은 여전했다.
에비드넷은 먼저 EMR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다. 각 병원 망 안에서 공동데이터모델(CDM) 변환 작업을 거쳐 데이터를 비식별화하고, 이를 코드로 분석해 통계값만 자체 데이터베이스로 가져오는 분산형 네트워크 시스템도 도입했다. CDM 변환을 통해 국가, 언어, 기관에 상관없이 모든 데이터가 같은 구조와 의미를 갖도록 표준화하고, 표준화된 데이터들이 각 기관의 자체 망 안에서 존재하도록 해 반출 우려도 없앤 것이다.
피더넷은 제각기 다른 의료기관들의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해 3년간 공회전하던 국책기관의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는 등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조 대표의 목표는 병원이 가진 빅데이터와 내가 가진 의료 마이데이터를 두 축으로 정밀화·개인화된 의료서비스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언젠가는 앱 하나로 ‘홍길동님이 오늘 5000보를 걸어서 10년 후 당뇨 발병 확률이 0.5% 감소했습니다’ 같은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빅데이터가 쌓여 AI 분석이 더 정밀해지면 개인의 의료데이터를 근거로 미래 건강을 예측하고 발병 가능성을 낮출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