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남녀의 성별에 따라 질환의 기전(발생 원리)과 양상, 그리고 예후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접근법을 달리해야한다는 ‘성차(性差) 의학’이 정밀 의료의 한 축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암 연구에서 성차 의학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데, 남녀 성호르몬 등에서 비롯된 혈관 발생이나 염증 조절, 면역 체계 등 인체 시스템의 근본적인 차이를 질환 특성이나 양상과 함께 이해한다면 보다 근원적이고 개별화된 치료법에 다가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다수 분야에서는 질환의 성차에 대해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위암에서는 성별을 주요한 변수로 상정하고 질환 특징을 분석한 연구가 아직까지 적은 편이다. 또한 기존의 연구에서도 표본이나 연구 특성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게 나타나,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술적인 정론을 확립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 판정 및 수술을 받은 환자 2,983명의 기록을 분석해 남녀에 따른 위암의 병태생리학적 특성과 예후를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성의 경우 바로 이 미만형 위암을 비롯한 위 체부암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고, 남성에서는 장형 및 위 전정부암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표본에서 위암 환자 수는 남성이 여성의 두 배에 이르지만, 여성의 미만형 위암 비율(50.5%)이 남성(25.9%)을 크게 상회하며 총 미만형 위암 환자 수에서는 남녀가 대등한 수준이었다.
또한, 40세 미만에서는 남녀 모두 미만형 위암의 비율이 장형보다 높았지만, 여성에서는 그 비율이 90% 이상에 육박할 정도로 눈에 띄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양상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장형의 비중이 늘어나며 달라졌는데, 남성에서 미만형의 비율이 빠르게 감소해 50세 이후부터는 장형이 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여성은 60세가 넘어야 장형의 비율이 미만형을 넘어서는 차이도 있었다.
이번 연구는 3,0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장기간 데이터를 분석해 남녀의 위암 차이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학술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향후 성 호르몬 등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인 기전을 밝히는 연구에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김나영 교수는 “연구를 통해 위암의 위치나 조직형 사이의 관계, 예후는 물론 수술 치료 후 합병증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남녀 및 연령에 따른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후속 연구를 바탕으로 이러한 차이의 근원이 무엇인지 밝혀나간다면 향후 임상 현장에서 성별 및 성별에 따른 신체 특성을 고려한 정밀 의료를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소화기학 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