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도 못 피했다…법무·검찰 여직원 62% "성범죄 피해 경험"

성희롱·성범죄 대책위, 전수조사 결과 발표
피해자 66% '참았다'…"고충위 신고해도 달라질 게 없어서"
대책위, 법무부 장관 직속 성범죄 담당기구 설치 권고
  • 등록 2018-05-17 오후 2:00:00

    수정 2018-05-17 오후 2:00:00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의 권인숙 위원장이 지난 4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법무·검찰 분야 여성 직원 10명 중 6명이 조직에서 성희롱 등 성범죄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범죄 피해자 10명 중 6명은 문제제기를 못한 채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한다.

법무부 산하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는 여성 구성원의 90.4%(8194명 중 7407명)가 참여한 사실상의 전수조사 등을 통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7일 발표했다.

대책위는 지난 3월 서울남부지검 간담회를 시작으로 전국 12곳의 대규모 검찰청의 여성 검사 55명과 여성 수사관 187명, 여성 실무관 283명, 각 지역 교도소·보호관찰소·출입국사무소 소속 여성 직원 124명, 법무부 내 여성 직원 6명 등을 상대로 24회의 간담회를 실시해 조사를 벌였다. 대책위는 또 핫라인 신고센터 운영과 전국 성폭력전담검사 39명이 참석한 워크숍을 통해 조사를 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성희롱과 성범죄 등 성적 침해행위 발생율이 61.6%로 집계됐다. 특히 임용 후 3년 이하 직원의 42.5%가 성적 침해행위를 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성범죄를 당하고도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경우는 적었다.

성희롱 등 피해를 입은 검찰 내 여성 직원의 66.6%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피해를 입은 법무부 본부 및 산하기관 여성 직원의 63.2%도 이렇게 답했다.

피해 직원의 31.3%는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 등 현행 신고절차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달라질 게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4.8%)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아서”(22.5%)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18.2%) 순서였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법무·검찰 분야 259개 기관에 설치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는 모두 3번 열렸을 뿐이다. 이 기간 성희롱 고충사건 처리 건수도 18건에 그쳤다. 검찰 내 여성 직원의 61.4%는 성범죄 사건의 공정하고 신속한 처리를 기대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책위는 “현재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고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신뢰를 갖지 않아 유명무실화된 만큼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 절차와 담당기구 등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대책위는 이에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성범죄 등 고충처리 담당기구를 설치해 사건처리를 일원화하라고 권고했다. 각 기관에서 제보나 신고, 인지된 성범죄 사건을 이 기구에 보고하고 기구에는 조사를 담당할 ‘성희롱 등 고충처리 담당관’을 두라고 했다. 특히 각 기관 내부결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무부 장관 산하 기구에 성범죄 사건을 바로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또 소문 유포나 불리한 인사조치, 성희롱 은폐·묵인 등 2차피해를 유발하는 가해자를 엄정 징계할 수 있도록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 지침개정과 행동수칙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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