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상부상조(相扶相助)’
올해 국내 기업들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관계는 이같이 정의할 수 있다. 고금리·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 사이가 어느 때보다 돈독해질 가능성이 커서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주력 사업을 PEF 운용사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PEF 운용사로서는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진 기업 사업부와 계열사를 인수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투자은행(IB) 업계는 새해를 맞아 PEF 운용사와 기업들이 낼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기업과 PEF 운용사 간 인수·합병(M&A) 거래가 꾸준했고, 올 상반기 마무리되는 계약 건도 상당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을 필두로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을 선언한 만큼 올해 M&A 시장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카브아웃’ 딜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새 주인을 찾아 나설 매물이 갈수록 쌓여가리라 예상되는 만큼 올 한해 카브아웃 매물을 향한 PEF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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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내 IB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대신 포트폴리오 조정, 즉 리밸런싱(사업재편)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기조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즉 대기업들이 전략적 투자자(SI)로서의 역할을 줄이고 사업 구조를 개선해 자금을 확보하는 걸 우선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이런 카브아웃 매물이 ‘어느 정도 갖춰진 매물’이다. 대기업의 검증된 관리 시스템 하에서 적절한 고객을 갖추고 있고, 현금 흐름 창출 능력이나 우수한 설비와 인력도 갖춘 알짜 매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M&A 시장 심폐소생한 카브아웃 딜
이데일리가 하나증권에 의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잔금납입까지 완료된 거래를 기준 M&A 거래건수는 326건으로 전년 317건 대비 2.8%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리인하 기조로 접어든 것 치고는 회복세가 더뎠다는 평가다. 다만 M&A 시장에 그나마 카브아웃 매물이 상당해 거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짚었다.
실제 지난해 PEF 운용사가 인수한 카브아웃 매물은 상당했다. 지난해 주요 카브아웃 딜로 한앤컴퍼니가 SKC(011790) 자회사 SK엔펄스 파인세라믹 사업부(솔믹스)를 약 3600억원에 인수한 거래가 꼽힌다. 한앤컴퍼니는 2023년 10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3개월만인 지난해 2월 파인세라믹 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했다.
조 단위 빅딜 등 상반기 완료건 상당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완료되는 거래도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지난 12월 초 롯데그룹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롯데렌탈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지분 56.2%를 약 1조 6000억원에 확보하게 된다. 업계는 실사, 본 계약 체결 등을 거쳐 거래 완료 시점을 오는 6월경으로 보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SK그룹이 보유한 SK스페셜티 지분 85%를 2조 7000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지난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건이 있다. SKC 자회사들의 사업부 두 곳도 거래 완료를 앞두고 있다. SK엔펄스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CMP(화학 기계적 연마) 패드 사업부문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양도가액은 3410억원으로 양도예정일자는 오는 4월이다. 또한 SKC는 SK넥실리스의 박막 사업을 어펄마캐피탈에 950억원 규모에 양도하는 SPA를 지난해 11월 체결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카브아웃 딜은 올해도 활발할 예정”이라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이 모두 전략적 리소스 배분에 힘쓰고 있는데, 이는 결국 가지고 있던 사업에서 힘을 뺄 곳은 과감하게 뺀다는 이야기로 사업부나 계열사를 매각하는 건이 많아진다는 소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