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교임상을 추진하고 나선 데는 백신개발을 위한 필수관문인 임상3상을 진행하려면 최소 수만명의 환자가 필요한데 코로나백신 접종이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대규모 환자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배경이 있다. 여기에 백신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사들이 최소 수천억원 안팎이 소요되는 임상3상 비용을 충당하기가 어려운 것도 그 배경 가운데 하나다.
식약처는 비교임상을 하게되면 임상3상에 필요한 환자수를 정상적 임상대비 10분의 1 수준인 3000명 가량으로 줄일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약처는 비교임상으로 국내 제약사가 허가를 받은 백신이 글로벌하게 인정받을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에 나서겠다는 의중도 내비치며 국내 백신개발업체들을 독려하고 있다.
화이자,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스푸트니크V등 해외 코로나19 백신이 쏟아져 나온 형국에서 더 늦기전 백신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보인다. 하지만 백신전문가들 및 업계는 ‘비교임상’은 임시처방일뿐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비교임상은 국가적 차원에서 백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백신 전문가들 및 업계의 판단이다. 임상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임상3상을 정면돌파하지 않고 비교임상이라는 ‘우회로’로 가게되면 백신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백신개발 경쟁에 있어 한국은 후발주자로, 이미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을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골든 타임을 놓친 처지에서 비교임상이라는 패스트 트랙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주권을 확보한들 이제는 별다른 실익이나 의미가 없다.
물론 국내 제약사들은 비교임상을 통해서도 백신개발과 관련한 소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일부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규정대로의 정통적인 임상3상을 거치면서 확보할수 있는 백신개발 경쟁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코로나19 백신개발은 늦었지만 순리대로 풀어 나가는 게 거시적 안목으로 보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우리가 확보하려는 코로나19 백신주권은 이제 코로나19 대유행병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 다가올 미지의 전염병들에 대한 대비 차원이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