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 정치후원금 낸다? 블록체인 공부 나선 정치권

한국당·바른미래당, '블록체인' 주제로 잇단 세미나
김병준 "눈 부릅뜨고 어느 당보다 먼저 주도권 잡아야"
김관영 "발 빠르게 수용해 정당구조 더 민주적으로"
블록체인, 탈중앙화 역할·"정착 위해 플랫폼 유인 요인 만들어야"
  • 등록 2018-08-22 오후 2:21:51

    수정 2018-08-22 오후 2:53:57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블록체인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당개혁 방안’ 공개 간담회에 참석해 조희정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의 발제를 들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심지어 후원금을 가상화폐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모금부터 지출까지 투명하게 관리해 정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거지요.”

자유한국당 정당개혁위원회가 22일 개최한 ‘블록체인 민주주의’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조희정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전날엔 바른미래당에서 ‘블록체인 정당 ’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리는 등 최근 정치권에 블록체인 기술 바람이 불고 있다. 정당 운영의 투명성, 효율성 제고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다.

생소한 블록체인을 대하는 두 당 지도부의 의지도 남달랐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블록체인은 새로운 기술 정치 접목 차원에서 반드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어느 당보다 먼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정치권이 시대적 조류에 뒤처져선 안 된다”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발 빠르게 수용해 정당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을 더욱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당사에서 블록체인은 아직 낯선 존재다. 하지만 유럽 정치권 일부에서 이미 그 기술이 통용되고 있다. 대표적 정당이 2014년 창당한 스페인의 진보정당 ‘포데모스’(Podemos)다. 스페인 하원의 12%(43석), 유럽의회 54석 중 5석 등을 차지하고 있는 포데모스는 블록체인을 접목한 온라인 투표로 공천·정책결정·집행부 선출까지 진행 중이다. 이밖에 스위스와 에스토니아 등에서도 블록체인을 정치에 접목하고 있다.

얼핏 보면 기존 온라인 시스템과 차이가 없어 보이는 블록체인 민주주의 특징은 ‘탈중앙화’다. 중앙의 간섭이나 개입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것.

한 남성이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8 블록체인 기술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비트코인 로고를 뒤로한 채 노트북을 사용 중이다. (사진=AFPBBNews)
블록체인 플랫폼 업체인 블로코의 김종환 고문은 “블록체인은 상대방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재로선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중앙서버를 누군가 해킹하거나 의도적으로 조작해 투표 결과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비해 블록체인 기술은 유권자 모두가 서버·결과물을 갖게 되는 개념이다. 김 고문은 “누군가 선거 결과를 왜곡했다면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그 결과를 비교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내 여론 수렴도 마찬가지다. ‘권력자’나 ‘특정세력’의 의도적인 결과 왜곡을 방지할 수 있는 것. 한 정당 관계자는 “정당 내 수많은 위원회가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고 일반 직장인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어렵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투명한 여론 수렴이 가능해 정치를 불신하는 사람들도 쉽게 공론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숙제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 블록체인은 도구일 뿐 플랫폼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은 ‘정감마켓’,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크레이지 파티’라는 정치 플랫폼을 만들었다. ‘청원기능’, ‘주요 정책 찬반’, ‘법안 사고 팔기’ 기능을 투입했지만 지속적인 호응을 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정치권과 블록체인 업계는 이를 두고 “흥미, 보상 등 유인요인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희정 연구원은 “정치권에서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당화폐 발행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물질적·비물질적 활동에 대한 보상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정치 플랫폼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연구원은 “법·제도가 따라준다면 이와 같은 가상화폐를 정치후원금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며 “추적이 가능한 구조 특성상 모금부터 지출까지 투명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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