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금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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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정다슬 기자] 금융당국은 지난 7월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분양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집단대출’에 대해선 예외를 적용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신규 분양이 급증하고 이에 따른 집단대출이 늘어나자 금융당국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부터 주요 은행들의 집단대출을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집단대출 증가세에 대해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임 위원장은 “올해 1~9월 중도금 대출 증가액이 9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세 배에 육박하고 있어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금을 포함한 은행권의 9월말 집단대출(중도금+이주비+ 잔금) 잔액은 104조6000억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383조3000억원, 주택금융공사 양도잔액 제외)의 27.3%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신규 분양이 빠르게 늘어난 탓에 2011~2012년처럼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시장성 없는 분양에도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일단 “인프라가 없는 곳이나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건설사 분양에 대출이 이뤄지지는 않는지 점검해보자는 차원”이라며 파장을 경계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후폭풍은 커지고 있다. 건설사는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거부로 분양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집단대출이 없으면 사실상 분양사업은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은행들은 부동산 정책과 가계부채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은행은 분양시장에서 계약금과 중도금에 대해 ‘집단대출’을 해준 후 나중에 잔금을 치를 때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는 구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선분양 구조하에선 (분양규모가 늘어나면) 집단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집단대출이 급증했다는 사실은 부동산 정책과 가계부채 정책이 엇박자를 내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각에선 집단대출을 주택담보대출의 일환으로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하는 것인데 중도금 대출은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은 선분양 구조에서 파생돼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정책금융이라고 봐야 한다”며 “가계부채 관리대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