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하락은 미국 및 유로존 국가 물가 상승률을 마이너스(-)로 떨어뜨렸다. 영국의 물가 상승률도 수 십년만에 가장 낮아졌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정책에도 물가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로존을 중심으로 디플레 우려가 잦아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유로존과 미국의 경제지표가 과거 일본과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물가 하락에 따른 악순환의 현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보도했다.
자문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의 연간 소매판매 지표는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해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유가 하락은 경제 규모로 봤을 때 상위 4개 국가 소비자 주머니를 2500억달러(약 278조원) 만큼 불린 효과를 가져왔다.
하워드 아쳐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소비자들의 펀더멘털은 특히 건강하다”며 “높은 고용률과 실질임금 상승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12월과 1월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소매판매를 기록했지만 2월에 노동시장이 좋아지면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이 20년 동안 장기불황을 겪으며 소매판매와 임금 인상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디플레 우려가 완화되고 유가도 점차 안정됨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영란은행 등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표 개선에 따라 금리 인상 시기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ECB는 매달 600억유로씩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올해 0%로 반등하고 내년에는 1.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