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지난 2월 김 모 씨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더클래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 단지는 지난해 말 전매제한 기간 8년, 거주의무 기간 2년 조건으로 후분양했다. 올해 초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하고 거주의무를 폐지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김 씨는 계약했다. 직접 거주할 필요가 없는 데다 소유권 이전 등기만 하면 전매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거주의무 폐지가 늦어지면서 김 씨는 기존 전셋집이 안 팔려 들어가 살기도 어려운 데다 거주 의무에 묶여 팔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국회 통과를 기대했던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 논의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김 씨처럼 오도 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을 완화한 지 석 달여 만에 서울 분양권·입주권 거래가 대폭 늘어나고 있으나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분양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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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전매 거래량은 64건으로 집계됐다. 5월 거래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지난해 매월 한자릿수 거래를 이어가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18건, 2월 12건, 3월 20건, 4월 54건, 5월 64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 4월 아파트 분양권에 대한 전매 제한을 완화하면서 거래량이 대폭 늘었다. 국토부가 지난 4월 초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아파트 분양권에 대한 전매 제한을 완화한 덕분이다. 규제 완화 이후 ‘올림픽파크포레온’,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등 일부 단지에서는 수억원 프리미엄이 붙은 거래도 나왔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가 거래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공택지와 민간택지 등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일부 단지는 2~5년간의 실거주 의무가 있어 이를 어기면 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정부의 규제 완화 수혜로 청약 완판에 성공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 등이 연말부터 줄줄이 전매제한이 풀리지만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지 않으면 전세로 잔금을 마련할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다. 국토부 조사 결과 규제를 시행한 지난 2021년 2월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해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단지는 총 66곳, 4만4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단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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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지난 2월 발의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달 15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쟁점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야당에서 강하게 반대해 안건에서 빠졌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했다면 실거주 의무를 폐지해야 정책 실효성이 있다”며 “현행법 상으로는 실거주의무가 여전히 남아 있어 최초 분양권자가 입주해야 하기 때문에 전매제한을 풀어줘도 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수석연구위원은 “청약시장이 살아났다고는 하지만 지방은 아직 미분양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이들 지역이라도 먼저 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