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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경기우려에 기술주 털썩…“더 떨어질수도”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정보기술(IT) 섹터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20% 하락했다. 이는 같은기간 수익률을 따져봤을 때 2002년 이후 20년만에 최악이다.
최근 뉴욕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올해 들어 14% 하락한 S&P500 지수에 비해서도 기술주의 수익률은 약 6%포인트 뒤처진다. 기술주가 전체 시장대비 이 정도로 부진한 성적을 낸 것은 2004년 이후 18년만이다.
WSJ은 “10여년간 이어진 대형 기술주의 시장 지배가 끝나가고 있다”며 “2000년 닷컴 붕괴를 경험했던 일부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 큰 손실이 올 것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닷컴 버블은 2000년대 초 기술 혁신과 저금리 매력에 힘입어 인터넷 관련 주식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기술주가 랠리를 보였던 현상을 말한다. 닷컴버블이 붕괴되면서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 사이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거의 80% 폭락했다.
올해 기술주들의 폭락은 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5월 말 스냅 주식은 43% 폭락하며 하루만에 시총 160억달러가 증발했다. 핀테크 회사인 어펌 홀딩스와 코인베이스 글로벌의 주가도 올들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밖에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등 대표 빅테크주들도 모두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가치주로 몰리는 자금…엑손모빌·코카콜라 투자자 ‘쾌재’
데이터 제공업체 EPFR에 따르면 480억달러(약 60조 2700억원)이상이 성장주식 펀드에서 빠져나갔고, 가치주식 관련 펀드에는 130억달러(약 16조 3200억원) 이상이 유입됐다. 모닝스타 다이렉트 자료를 봐도 올해 들어 4월까지 기술주 중심의 뮤추얼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76억달러(약 9조5400억원)가 빠져나갔다. 이는 1993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29년 만에 최대액이다.
크리스 코빙톤 AJO비스타 투자책임자는 “이는 시장 체제의 진정한 변화”라며 “성장주가 최근 5년 동안 보여줬던 것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S&P500 가치(Value)지수는 성장(Growth)지수를 17%포인트 웃돌고 있으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큰 차이다. WSJ는 “엑손모빌, 코카콜라, 알트리아 등의 주식을 보유한 가치 투자자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승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