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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생각이다. 27일 발표한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 방안’에서 정부가 올해 새로 도입하기로 한 ‘청년내일공제’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정부 보조금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여 좋은 일자리만 선호하는 청년을 중소업체로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중기 취업청년에 보조금 900만원 지급
청년내일공제는 기존 정부 일자리 사업인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 참여자(만 34세 이하·고용보험 가입 기간 1년 미만)가 5명 이상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2년간 정규직으로 일하면 120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청년이 매달 자기 돈 12만 5000원(2년간 300만원)씩 가상 계좌에 입금하면 정부(600만원)와 기업(300만원)이 3·6개월마다 일정액을 함께 납입해 장기근속 대가의 목돈을 쥐여주는 개념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금도 청년인턴제에 참여해 정규직이 된 청년에게 보조금 300만원, 기업에는 39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에 정부 지원을 300만원 늘리고 기업에 가던 돈 300만원은 청년에게 주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7월 1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올해 1만 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 지원 규모는 올해보다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대학 재학 중 직업 훈련을 확대하고 학자금 상환 부담도 낮추기로 했다. 올해부터 대학 2·3학년을 위한 1~4개월짜리 직무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 학생에게 월 80만원 가량의 수당을 지급한다. 소득 하위 80% 이하 근로자와 ‘취업성공패키지’ 참여 청년은 일반 학자금 대출 거치·상환 기간을 각각 최장 10년 범위에서 2번씩 연장할 수 있게 했다. 6개월 이상 연체자는 최대 2년간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 등록을 유예하고 연체 이자도 깎아준다.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고용존에서는 서류 전형 없이 면접을 보는 ‘청년 채용의 날’ 행사를 연간 200여 회 개최하고, 전력거래중개사 등 서비스·신산업 분야 채용 행사도 올해 60여 차례 열 예정이다.
민간기업도 ‘임신 중 육아휴직’ 허용
출산·육아 등으로 회사를 관두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민간 기업에서도 임신 중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최대 1년 동안 쓸 수 있는 법적 권리다. 지금까지 공무원·교사를 제외한 일반 직장인은 출산 후 휴직만 신청할 수 있었다.
대기업에 주던 육아휴직지원금(월 5만~10만원)은 전액 삭감하고 중소기업 지원금을 기존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린다. 결혼·육아 등으로 3~10년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고용하는 기업에 적용하는 사회보험료 세액 공제율도 현행 50%에서 100%로 확대하기로 했다.
긍정적 평가 속 ‘찔끔 대책’ 지적도
문제는 또 ‘찔끔 대책’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청년내일공제의 정부 지원금(2년간 900만원·월 37만 5000원)은 작년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월 191만원)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취업 준비생 권모(34)씨는 “지금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도 기회만 있으면 회사를 옮기려는 판인데 2년 동안 1200만원 받겠다고 중소기업 다니겠다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처음부터 중소기업 가려는 청년에게 혜택이 돌아가 세금만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이 국민 세금으로 주는 정부 보조금만 받고 회사를 관두거나, 기업이 보조금만큼 청년 임금을 낮출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육아휴직 제도가 잘 돼 있지만 막상 실제로 쓰는 사람이 적은 편”이라며 “자꾸 새로운 걸 도입하기보다 왜 못 쓰는지를 찾고 중소기업·비정규직·남성 등으로 제도가 확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