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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정보통신(IT)업계, 더 나아가 산업계 전반의 화두 중 하나가 인수합병(M&A)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받는 회사가 ‘성공 M&A’의 대명사인 미국 시스코다.
시스코는 최근 클라우드 스타트업인 클리커와 네트워크 장비용 반도체 회사인 리에바를 각각 인수했다. 지난해까지 시야를 넓히면, 시스코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회사 재스퍼테크놀로지와 IoT 실시간 분석회사 파스트림, 네트워크 보안회사 랜코르, 화상회의 소프트웨어회사 아카노 등을 상대로 잇따라 M&A를 했다.
굴지의 IT업체 시스코의 역사는 곧 M&A의 역사다. 지난 1993년 이후 진행된 M&A 거래만 무려 120여건. 1993년 이후 약 7년간 70배 급등한 주가는 시스코의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을 방증한다.
M&A 성공 스토리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M&A는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뜻이다. M&A의 목적이 분명하고, 이를 전담할 역량이 있어야 하며, 이후 통합 과정까지 순조롭게 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코의 M&A 전담 ‘전사개발팀’은 좋은 본보기다.
굴지 IT업체 시스코의 역사는 곧 M&A 성공의 역사
시스코의 M&A 전사개발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잠재적 인수 대상회사들이 모두 나열된 ‘에버그린 리스트’다. 이들을 모니터링하고 또 접촉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M&A의 통합 리스크를 줄인 것이다.
M&A의 또다른 강자인 GE의 ‘사업개발팀’도 비슷한 조직이다. GE는 지난해 프랑스 알스톰의 전력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무려 95억달러 규모. GE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그 보이지 않는 주인공은 사업개발팀이었다. 이종우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GE에서 사업개발팀이 M&A 대상 회사를 제대로 모르거나 경쟁사의 M&A 동향을 모른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中 거침없는 M&A 주목…우리 산업계 위협 가능성
우리 산업계가 특히 글로벌 M&A 기류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중국이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은 1980년대 일본처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하이얼이 GE의 가전부문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박종석 책임연구원은 “하이얼은 전세계적으로 산업 기술 분야에서 명망있는 GE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라고 했다. 가전 부문은 우리의 수출 주력군이다.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의 부상은 곧 우리 산업계의 부진과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하이얼 뿐만이 아니다. 중국 국영화공그룹(켐차이나)는 최근 스위스 농약종자업체 신젠타를 품에 안았다. 인수금액은 430억달러로 중국의 M&A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달리안완다그룹이 미국 할리우드회사 리젠더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종우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회사들은 이제 새로운 브랜드 기술 연구개발(R&D)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시점에 왔다”면서 “올해도 이런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