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증도 의심해봐야 하나"…발등 찍히는 투자자

백수오 효능 의구심 확산…내츄럴엔도텍 주가 90% 급락
정부 정책 홍보 모델 격 상장사 믿고 투자했다 낭패
  • 등록 2015-05-21 오후 3:54:20

    수정 2015-05-21 오후 3:54:20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정부가 판매허가한 건강기능식품이 홈쇼핑과 마트에서 잘 팔리는 모습을 보고 투자했는데…”

“지식경제부 장관이 방문하고, 산업은행이 ‘글로벌 스타기업’ 1호 기업으로 선정했다니까 기술력이 좋은 업체인 줄 알고 투자했더니 상장한 지 1년도 안돼 주식은 휴짓조각이 됐네요.”

“외교부가 나서서 4억 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따냈다고 홍보하는 데 사기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정부 인증을 믿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짜 원재료를 썼다는 것으로 시작한 ‘백수오 파동’이 효능에 대한 논쟁으로 불거지면서 백수오 제품을 산 소비자뿐만 아니라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산 투자자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지난달 16일 사상 최고가 9만1200원을 기록한 이후 한달 만에 90% 가까이 급락했다.

식품의약안전처가 백수오 등 복합 추출물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한 뒤로 백수오 관련 제품은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특허를 보유하고 원재료를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 실적도 급증했다. 2012년 21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1241억원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1억원에서 259억원으로 400% 이상 급증했다.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주 청약에 1조3000억원이 몰렸고 상장 이후 주가는 최대 410% 급등했다. 지난해 말 기준 내츄럴엔도텍 주주 수는 9400명을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 대다수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뿐만 아니라 홈쇼핑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마다 완판 행진을 지속하는 모습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정부 인증을 받아 시중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팔고 있다는 점도 기업을 신뢰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건강기능식품 업계 일각에선 백수오 등 복합 추출물의 효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판매 인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태양광 잉곳 및 웨이퍼 제조업체 네오세미테크는 2009년 9월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직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찾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네오세미테크를 ‘글로벌 스타기업’ 1호 기업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매출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네오세미테크는 상장한 지 10개월 만에 주식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퇴출 직전 네오세미테크 시가 총액은 6000억 원을 웃돌았다. 코스닥 시장 내 상위 20위권 상장사의 몰락으로 7000명 가까운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보았다.

중소기업청이 오는 2017년까지 세계적인 전문기업 300개를 육성한다며 시작한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와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히든 챔피언’ 제도 등도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원망의 대상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엄격한 기준을 통해 유망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기로 하면서 해당 프로젝트에 선정됐다는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됐던 우양에이치씨가 상장 폐지됐다.

한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정부 정책의 얼굴마담 격인 상장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최근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정부 인증도 의심해야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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