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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정다슬 기자] 바야흐로 여야 지도부 수난시대다. 여의도 정치를 이끌어야 할 여야 원내지도부가 당 안팎에서 휘둘리면서 리더십 실종사태를 맞았다. 결국 무뎌진 협상력으로 이어져 대치정국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와대만 바라보는 與 원내지도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으로 이른바 친박(친박근혜) 핵심들이 주축이다. 최근 주요 정국현안을 두고 잇따라 당내 반발을 불러오는 원내지도부의 행보가 심상찮다.
직권상정 이슈가 대표적이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저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직권상정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면서 “최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그 얘기를 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강 의장은 지난 15일 오후 1시쯤 여야 원내지도부를 만나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합의를 촉구했다. 최 원내대표는 1시간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직권상정 가능성을 곧바로 거론했다. 사흘 뒤인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윤 원내수석이 “직권상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국회 핵심관계자는 “의회주의자인 강 의장이 직권상정의 선례를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에 대한 의장의 직권상정은 단독처리의 부담감 탓에 헌정사상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당 원내지도부가 강 의장을 볼모로 내걸고 직권상정 카드를 통해 야당 압박에 나선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황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이 청와대의 의중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국정원 개혁특위 수용도 내홍의 씨앗이 있다. 국회 정보위 소속 조원진 의원은 최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연설하고 4시간도 안 지나 원내지도부가 특위 수용을 결정했다”면서 “청와대가 국정을 다 맡느냐”고 성토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와 만나 “국가 전체에 영향이 있는 특위가 특검보다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여당 원내지도부는 ‘힘 있는’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동시에 ‘청와대 거수기’라는 따가운 시선도 받는다.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의사결정 구조에 밀려 무리한 결정들이 쏟아지고, 이는 빈번한 당내 반발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친노에 매번 밀리는 野 원내지도부
전병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삐거덕거리고 있다. 대여 협상을 위해 ‘일보 전진 일보 후퇴’를 주장하는 원내지도부는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당내 강경파에 밀리는 형국이다.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 세력이 그 중심에 있다.
이에 원내지도부는 결국 강창희 국회의장을 만나 유감표시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여당에 강기정 사태에 대한 의견개진의 기회를 양보했다. 하지만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이 “강 의원이 순경을 폭행했다”면서 국회 대정부질의는 파행됐고,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여당에 먼저 제안한 ‘이석기 방지법’도 당내 비판을 자초했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그 보좌진에 대한 세비와 자료요구권 등을 공동 발의하기로 합의한 것인데, 이에 대한 당내 비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與 주인은 朴대통령, 野 주인은 친노”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야 원내지도부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당내 리더십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상대 당에 대한 협상력 부재로 이어져 정국파행을 오히려 더 부추기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새누리당 주인은 박 대통령이고, 민주당 주인은 친노다. 지도부는 허수아비다”면서 “여야 지도부가 만나서 해결하려고 해도 실권이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런 상황이라면 정국해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시간이 약이라는 결론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